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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만남 - 5장

상처는 막을 두껍게 만들어

by 무지

며칠 뒤, 여섯 번째 상담이 있던 주 금요일. 회사 점심시간에 작은 사건이 있었다. 평소 말이 없던 동료가 내 옆에 앉으며 툭 던지듯 말했다.
“너 혹시 요즘 상담같은 거 받아? 지난주에 내가 거래처 들렀다가 우연히 봤어. 상담센터 앞에 서 있던 거.”


순간 젓가락이 공중에서 멈췄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는 별다른 의도도 없어 보였지만, 덤덤히 덧붙였다.

“상담 같은 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나 같으면 그냥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풀었을 것 같은데.”


말투는 가볍고 호기심 섞인 것이었지만, 내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너는 유난스럽다’ 그렇게 번역된 순간, 내가 쌓아온 모든 변화가 하찮아졌다. 얇아졌다 믿었던 ‘막’이 단번에 두꺼워졌다.


억지로 웃으며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했지만, 밥맛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날 오후 내내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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