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아니라, 문
열 번째 상담을 앞둔 전날 밤,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곧 끝난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내가 달라진 게 정말 나 때문일까, 아니면 이 공간과 정 원장 덕분일까. 상담이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얇아졌다고 믿었던 막은 금세 두꺼워졌다가, 다시금 흔들리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며칠 전 동료의 말도 아직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변했다고 믿으려는 순간, 그 말이 나를 다시 끌어내렸다. 과거의 실패들이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빛나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끼지 못했던 나, 그 자리에 앉아 느꼈던 비참함. 기억들은 서류뭉치처럼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때, 정 원장이 예전에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없애는 게 아니라 조절하는 것.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막을 조절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상처와 함께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답을 얻지 못한 채, 그저 어렴풋이 위안처럼만 매달린 말이었다. 그렇게 중얼거리다 보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열 번째 상담 날. 상담실 문을 열자 익숙한 코튼향이 밀려왔다. 창밖에는 봄비가 촘촘히 내리고 있었고, 빗줄기는 창문에 부딪혀 작은 파문을 만들며 흘러내렸다. 그 소리가 차분한 배경음처럼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정 원장은 평소처럼 차를 우리며 나를 맞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아쉬움과 따뜻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열 번째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처음 왔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나요?”
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글쎄요… 조금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또 여전히 똑같은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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