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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만남 - 7장

소 '극적' 만남

by 무지

그날 우리는 세 시간을 넘게 대화했다. 평소보다 길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마지막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그의 말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고, 나는 그 부드러움 속에서 묘한 위안을 느꼈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자 세현이 웃으며 말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에도 오실 거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상담은 끝났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그냥 차를 마시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대화 나누러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일주일 뒤, 나는 다시 ‘다름’을 찾았다. 이번에는 상담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저 차 한 잔이 필요했을 뿐이다. 문을 열자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긴장한 표정의 젊은 여성이 의자 끝에 앉아 있었다. 손끝이 달싹이며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예전의 나를 보았다. 잠시 망설였지만, 곧 작게 말을 걸었다.
“처음 오셨어요? 저도 첫날엔 손이 많이 떨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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