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jinsoil Jun 02. 2023

달항아리와 힘

20200412


힘은 개별의 주관적인 영역에서 구현되는 의지의 형상이다. 그 중, 달 항아리는 한국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형상이며, 아이콘이다.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원형의 형태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그 내부에서 각각의 개인이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달 항아리에서 그 힘을 느낀다. 그것의 원초적인 선들, 때로는 거칠기도 하고, 둔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달 항아리의 형태라는 규칙과 균형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달 항아리에서 흘러나오는 선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작가의 의지와, 그 의지를 넘어서는 소재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며 선을 만들어낸 결과다. 그래서 달 항아리에는 그릇된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유롭게 변화하는 흙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그 속에서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자연의 변화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함께 존재하며, 명확하지 않은 기준 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한국의 정서를 탁월하게 반영한다.


한국에는 미덕이 있다. 그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명백한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준을 지킬 때가 아니라, 그 기준 속에서 자유로워질 때, 균형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에 따라 기뻐하고 분노하며 공감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태도이다. 완전히 분명하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질 때, 그것이 진정으로 균형잡힌 기준이 되어, 절대적인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달 항아리에서 그런 균형과 중용의 힘을 느낀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자유의 본질이다. 그 자유는 무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이 아니라, 중용을 지키는 표현이다. 결국, 표현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을 바라보며 말한다. 표현은 언어이며, 그 때문에 달 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달 항아리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언어로 인식되는 이유이다.


작가의 이전글 객관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