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1
오늘도 여지없이 공예에 대해 생각하다가 공예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공예가를 공예가로 보이게 하는 성향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내가 생각하는 공예가는 특징은 자립적인 성향을 지닌다는 점이다. 공예가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 한다. 예를 들면 무언가가 필요할 때 그것을 타인이나 외부로부터 거래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을 띈다. 이것이 때때로 확장되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배우자나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 같은 사람들을 선호한다.
나는 이런 점이 공예를 공예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렇기에 공예가는 어떤 기술이던 소재를 다루던 간에 과정에서 자신을 투영하게 만든다. 때문에 공예는 작가의 목적을 위해 표현되는 예술이 아니라 공예가의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목적에서 공예성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공예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생각하는 점은 작가로서 표현되는 예술적 가치와 공예적 가치가 별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작업자의 입장에서 공예의 가치를 말할 때 장인, 수작업과 같은 가치를 하나하나 의도하며 작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공예적 가치와 작가의 표현은 맞물려 있기에 공예가 애매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업계 분들과 이야기할 때 공예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선 공예가가 되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 점이 공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부분이 공예의 가장 큰 단점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이 때문에 공예는 확장성을 잃어버린다.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되기에 공예는 너무나 개인적이고 자립적이다. 어찌 보면 고립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때문에 공예가 이런 가치를 지닌 채 확장되기 위해선 공예가들의 내면적 가치를 변화시키는 방식보다는 외면을 확장하는 방식이 적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