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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부팅, 포맷을 할 수는 없기에..

by 로건리

지난 주말 다섯 명의 남자들이 부산 송정해수욕장에 모였다.



15년 전 은행 청원경찰을 잠시 할 때 지점장으로 만나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님,

나와 영상 마케팅 일을 함께 하는 제작사 대표님,

지난해 쏟아부은 노력으로 투자까지 받은 스타트업 대표님,

외국 총영사님 그리고 나.


이런 조합의 모임이 성사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은행 지점장 출신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구상 중인 특허까지 등록한 사업이야기,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스페셜 여행상품 이야기,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메인으로 하는 요식업 이야기,

나의 다음 스텝인 어떤 사업 이야기,

새벽 2시까지 이야기가 끝날 줄을 몰랐다.


특히 지점장 출신 대표님은 IQ가 150이나 되어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정말 반짝반짝 빛난다. 다만 그동안 혼자 외롭게 싸워야 했기에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상황이 많았고, 투자를 빙자한 사기꾼들을 만나는 일도 있었다. 그땐 나도 직장에 묶여있는 몸인지라 적극적으로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토록 갈망해 온 맨파워. 이제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5명의 자원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숙제들이 남아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뇌를 포맷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하지만 실제로 포맷을 할 수는 없기에 송정 바다를 바라보며 불멍, 커피멍, 바다멍을 통해 재부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자체가 힐링이고 머리를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여행 자체가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큰 준비 없이 어떤 계획도 없이 다녀온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스무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통해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재부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복잡한 내 머릿속의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싶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을 재부팅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더라.

사람 관계라는 게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불편한 관계의 그와 나, 또는 그녀와 나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불편한 그와 엮여있는 좋은 관계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좋은 관계의 누군가가 또 다른 불편한 관계의 누군가와 엮여있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인간관계. 지금 나는 그 안에서 완벽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조금씩 정리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내 삶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포맷은 어렵지만 재부팅을 한다는 표현이 다가와서 깊게 박혀버렸다.




독자 여러분을 위한 선물 영상 드리며 마칩니다.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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