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5일

짜치는 삶의 자동완성은 실패다.

by 로건리

살다 보면 꼭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주변에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주는 것엔 인색하면서, 받는 것에는 누구보다 빠른 사람.

정작 곁을 지킨 사람에게는 무심하고, 떠나야 할 사람에게는 쓸데없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

돈 되는 일은 나를 쏙 빼놓고 하면서 허드렛 일은 잔뜩 몰아주고 생색내는 사람.


감사해야 할 순간에는 침묵하고, 무례할 땐 당당하기까지 하다.

마치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나도 그런 모습에 닮아가는 순간이 있었다.

상처를 받았지만, 애써 모른 척하고 넘기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무뎌졌고,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름이 끼치도록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다짐한다.

나는 짜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나의 20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다.

그들의 생일, 정작 본인은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기념일,

일 때문에 타지로 출장을 떠나면 굳이 찾아가서 얼굴 한번 보고 오던 일정들..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주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또 행복했다.


결혼 전, 아내를 인사시키느라 고향 친구들, 선후배, 군대 후임들과 만나러 다니던 시기였다.

오전 9시에 아침약속, 12시에 점심약속, 4시에 커피약속, 6시 저녁약속, 9시 술약속..

하루 5건의 약속을 쳐내고 아내는 까무라쳤다.


"살다살다 이런 일정은 또 처음이네? 도대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거야?"


나보다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은 훨씬 많을것이다.

시간이 지나 돌아봤다.

아무리 내가 시간이 없다고 해도, 굳이 아침약속까지 잡아가며 만나려 할까?


지금의 내 기준으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의 만남을 위해 아침 시간을 내주었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나도 30대가 되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일을 더이상 지속하지 못하게 되었다. 40대가 되니 더욱 그렇다.


짜치는 삶의 자동완성은 실패다.


그래서 오늘은 새삼 지나간 인연들을 돌아보고 다짐한다.


받기보다 먼저 주는 사람이 되자고!

가까운 사람에게 더 따뜻하자고!

감사는 표현하고, 무례함은 단호히 경계하는 삶을 살자고!


내 작은 다짐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면,

그 길 끝에는 분명 내가 지키고 싶은 ‘나다운’ 사람이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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