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슬리퍼

1월29일

by 로건리

오늘도 거실푸바오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머신러닝 수업을 듣고 아직 머리속에 자리잡지 못한 파이썬을 복습하고 있었다.

저녁 7시쯤 아내와 아이들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었을 무렵.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플 시간이니 도착하기 전에 저녁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식탁을 보며 좋아했다.

행복은, 기쁨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나보다.


아들과 딸은 조금 늦은 아빠 생일선물이라며 거실 슬리퍼를 내밀었다.

얼마 전 슬리퍼를 바꿔야겠다고 툭 던진 한마디에 두 녀석은 생일선물로 준비를 했다.

너무나도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기억하고 챙기던 날이 있었다.

지금은 그 에너지를 다 쓴건지, 지친건지, 해달라는 것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줄어드는 게 마음이 넓어져서가 아니라고 한다.

말 할 기운이 없어져서 그렇다는 농담섞인 말을 들었다.


누군가를 챙기는 것, 생각하는 것 역시 비슷한 결이 아닐까?




아내는 딸내미에게 말했다.

엄마 생일에는 200원짜리 추파춥스 사주고,

아빠한테는 몇 배나 더 비싼 슬리퍼 사주고,

서운해!


딸내미는 말했다.

엄마는 그때 필요한 거 없다고 하니까 그렇죠.


아내는 지지 않았다.

올해는 비싼 선물을 이야기 할거라고.


딸내미도 지지 않았다.

오빠랑 돈 합쳐서 사야겠다고.


참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다.

딸내미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아내는 마흔....여기까지 하는걸로 ㅎㅎ



그리고 추파춥스는 200원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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