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발견

2월9일

by 로건리

주말동안 암흑 속에서 보냈다.

다이소에서 파는 천원짜리 LED등을 2개 사서

음식 준비할 땐 부엌에, 밥먹을 땐 식탁에, 빨래할 땐 베란다에, 화장실 갈 땐 화장실로 옮겨다녔다.


풍요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이 된 것 같다.

뭐 장난으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낮에 전기 전문가님이 방문하셨다.

나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간 새벽에 갑자기 전기가 떨어졌으며,

두꺼비집에 전등을 관할하는 차단기만 계속해서 떨어졌다고,

계속 반복하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들었다고,

누구에게? 병태에게!

장황한 설명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전기기사님이 아무렇지 않게 검지손가락으로 내려간 차단기를 올린 순간.

우리 집에는 "불의 발견"이 있었다.

이렇게 밝은 집이었나?

새삼 놀라웠다.


요즘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도 모지리 인간이라 불의 감사함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고 있었더라.

반성합니다!






부트캠프 진도는 엄청 빠르다.

빨리 나가는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찬데,

수업 중에는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진다.


퇴사한지 9개월이나 된 직장의 문제들을 컴플레인 하는,

누군지도 모르는 환자분들,

아직도 나의 번호로 연결이 되는 지점들이 남아있다니..


소송때문에 연락오는 변호사들,

소송이라 표현하기 부끄러울만큼

땡깡에 가까운 이야기에 대응해야 하는 내가 참 싫지만,



40대는 그동안 싼 똥 치우는 시기라고 미경이누나가 말했다.

깨끗하게 치울것이다.


그 외에도 안받기엔 좀 애매한 사람들이 걸어오는 전화들,

각종 메시지로 대응해야 하는 사업 관련 일들..


어쨌든 이 모든 건 내가 해결하고 가야할 몫이기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당장 이번주에 두 번째 프로젝트를 해야하고,

나는 아직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머릿속에 카테고리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서 이해가 어렵다는 판단 끝에,

불의 발견 만큼이나 강렬했던,

나의 공부를 정리하며 발견한 구조.


image.png


구조의 발견!

이 작업을 하고 나니 지하에 위치해있던 눈이 몇 층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아직 정리만 했을 뿐인데 뭔가 안심되고 불안한 마음이 가신다.

인간은 이토록 간사한 존재인 것이다.


뭐가 됐건 새로운 발견은 좋은 것이다.

매일 한 가지씩 발견하면 1년에 365개를 발견하겠지.


역시 부정적인 마음, 생각,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으면 답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생에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구조도로 만들어봐야겠다.

예전에는 내 팔자가 사납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보다.


오늘은 파이썬부터 머신러닝까지 감당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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