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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Jan 22. 2024

연애와 직장생활 사이, 그 어딘가에서

지루한 직장인의 월요일이 이어졌다. 미리는 수요일이 되면 그제서야 몸이 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10년이나 다닌 회사가 항상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의문이었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느 날은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하염없이 낯설어지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 복도에서 직장상사라도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불쾌하고 찜찜했다.

복도는 사무실 문을 열면 바로 연결된 공간인데도 사무실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 누군가를 마주치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이 놈의 직장은 다니고 다녀도 도통 적응이 안된단 말이야.”    

 

지난 주말의 사건으로 금형과는 연락하기가 더 어색해진 미리는 주말에 그가 자신한테 연락한 것도 마지못해 한 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 더 이상 그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직장 후배들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지만 남자와 술 마시는 사진을 보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사실 그와의 만남은 재고해 볼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연락을 했다. 그것도 토요일 아침에 부리나케.

덕분에 미리는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리의 호흡이 끊어질랑 말랑한 상태까지 가서야 호흡기를 대주는 것 같은 패턴의 반응은 탐탁치 않았다.


실은 미리도 금형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무척 생각나기도 하다가도 금방 잊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한 대상을 두고 생각은 정확하게 두 갈래로 왔다갔다 했다.     

미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전송된 사진은 거두어 들일 수 없었지만 자신의 마음은 거둘 수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해도 함께 했던 지난 4개월의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뒤돌아보면 초반엔 말도 잘 통하고 화를 내는 법도 없었으며 늘 온화한 미소로 미리를 응원해 준 금형이었다.

“그래. 좋은 사람이었어.”     


매주 목요일에 열리는 임원회의에서 고 부장은 이번 주 무사히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아침만 해도 찡그려졌던 미간이 펴져 있었기 때문이다.

“홍대리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어디 맛있는 거 좀 생각해봐.”

홍대리는 바로 미리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삐쭉거렸다.

미리는 그간 홍대리와 같이 일을 해봐서 그가 의미하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아니 그건 홍대리가 아니라 실은 고부장의 결정방식에 대한 이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결국엔 고 부장이 좋아하는 김치찌개집으로 향했고, 메뉴는 늘 같은 게 놓여졌다.

식당 이모님은 익숙한 듯 고부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고, 미리와 홍대리는 고개를 꾸벅할 뿐이었다.

미리가 먹고싶은 메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집의 계란말이는 늘 맛이 있었다.     


오후가 되자 긴장 모드에서 풀려난 미리는 잠깐 상념에 젖은 사람 마냥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위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을 본 미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화면에 몸을 더 가까이 대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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