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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Dec 29. 2023

32. 두번의 합격

제빵기능사 필기시험의 합격 소식은 학원에서 중하위권의 실습 실력을 가진 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준 동시에 약간의 자만심도 가져다 주었다.

그 뒤로 일주일 뒤쯤 다시 제과기능사 필기시험이 다가왔고, 이번에도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끌어안고 시험에 임했다.

제빵은 운 좋게 붙었지만 제과쪽은 특히나 실습할 때 별다른 재미도 못느꼈고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흥미도 못느꼈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한시간 가량 문제를 푸는데 제빵과정보다 더 헷갈려서 이번엔 진짜 붙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반쯤은 포기를 하며 모니터에 숫자가 뜨기를 기다렸다.

이 점수 하나에 생사가 갈리는 것도 아닌데, 내 미래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긴장될 수 가 없었다.


"68"

60점 커트라인에 간신히 합격점을 얻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몇초의 시간이 68이라는 두자리 숫자를 확인한 순간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넘어 환희의 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떨어질 리 없지 내가."

운 좋게 연속 턱걸이로 두번 합격점을 얻은 주제에 본분을 망각하고 몸 어딘가에 숨어있던 자만심이 톡 튀어올라 날뛰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학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평소 제과 제빵 실습하면서 다들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탓에 약간 눌려있었던 터라 나를 조금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겠지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 것이다.

학원에 도착해 선생님께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선생님이 합격여부를 물어보셨다.

첫번째 제빵기능사 시험에 떨어진 사람중에 두번 째 도전을 하지 않은 친구들도 몇명 있었기에 전체적으로 합격자가 많지는 않았다.

여하튼 제빵과 제과기능사 둘 다 합격을 하여 나는 실기시험을 접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고, 선생님은 실기시험에 도전해 보라고 하셨다.

퇴사하고 나서 새로 도전한 이 두과목의 시험 합격 소식은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매일 제빵 실습을 하면서 느낀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재료에 정해진 용량으로 계량을 해서 만들어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마음대로 발휘를 할 수 없다는 게 갑갑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과정은 말랑말랑한 반죽을 만지작대며 빵 모양을 성형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되는 목적지는 있었지만 그 때만큼은 약간의 오차가 허용되고 나 스스로 창작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리와 관련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빵 반죽을 할 때도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예쁘게 빵 모양을 만들어서 서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서로 만들어진 빵 모양은 어떤지, 어떤 조가 더 잘 만들었을까가 궁금해져 다들 옆 조에 가서 빵 모양을 구경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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