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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Apr 29. 2024

혼란의 요일

어스름한 하늘이 사무실 창에 반쯤 드리워지자 미리는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와 신호등 앞 건널목 앞으로 달려나갔다.

하루가 고된 날은 그 건널목에 더 빨리 다다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됐다.

오늘은 고부장이나 일 때문에 힘든 날도 아니었는데 미리는 왜인지 그 건널목 앞에 서기 위해 잰걸음으로 서둘러 나간 것이다.    

 

건널목은 그녀에게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환승 통로 같았다.

일과 회사 인간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그녀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국경선.

건널목은 그랬다. 그래서 그 곳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심대리가 건네준 티켓 때문에 잠시 머리가 띵했던 미리는 아까부터 나머지 한 장의 주인공을 생각해내긴 했지만 그에게 바로 연락을 하지는 못했다.

사실 선물 받은 걸로 치자면 정말 기쁘기 한이 없는 고가의 티켓이었다.

그런데 뭔가 마녀의 수수께끼에 걸린 듯한 기분이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건널목 앞에 선 미리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신호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오후 내 떠올렸던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금형님. 뭐해요? 오늘은 바람이 제법 쌀쌀하네요.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근데 금형님 뮤지컬 같은 거 좋아해요?”

‘위잉’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오면 오히려 더 긴장감과 불안함이 들 때가 있다.

     

“미리님. 이제 퇴근하나봐요. 뮤지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요. 그런데 갑자기 뮤지컬은 왜요? 미리님도 뮤지컬 좋아하나봐요.”

“아 네 금형님. 날도 좀 쌀쌀해지고. 음 이런 계절에는 또 괜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는 거 같아요. 이번 주말에.. ”     


“황과장. 황미리 과장.”

건널목을 이제 막 건넌 미리의 등 뒤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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