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마치고 미리는 서둘러 나와 지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엘리베이터를 탈까 고민했지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 마주치는 직장 사람들을 감당해 내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는 특히나 그 숨막히는 어색함이 긴장감을 더 부추겼고 없던 공황장애까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고민없이 계단쪽으로 직진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영업기획팀 황미리 앞으로 무슨 우편물 온게 있을까요?”
“아. 그 팀은 쭉 들어가서 왼쪽 네 번째 칸에서 확인해 보세요.”
보통은 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우편물을 가져다 주었기에 미리는 직접 찾으러 온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서류보관실의 구조나 시스템을 몰랐던 것이다.
‘황미리. 황미리’
미리는 속으로 자기 이름을 주절거리며 우편물을 찾았고, 마침내 하얀 편지봉투에 쓰인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당장 편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미리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열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주머니에 넣은 채 사무실까지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 편지 봉투를 여는데 두근거리는 심장이 그녀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 이건 뮤지컬 공연 티켓이네.’
봉투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뮤지컬 공연 티켓이었고, 한 장이 아닌 두 장이 들어있었다.
“과장님. 좋은 분과 멋진 공연 보세요.”
분명히 뭘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미리는 풍선에 바람 빠지듯 미묘한 실망감이 들었다.
‘뭘 기대하니. 황미리.’
봉투를 열어 티켓이 눈에 보이는 순간 미리는 그 다음 쪽지에 적힌 내용을 멋대로 상상했었다.
티켓을 다시 봉투에 넣고 커버를 닫은 채 미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랑 같이 가자는 것도 아닌데 두 장을 주는 건 무슨 의미지?’
미리는 메신저로 심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심 대리님. 아니 티켓을 두 장이나.. 이 귀한걸 저한테 주셔도 되나요?”
“아하. 황 과장님. 그럼요. 꼭 가서 보시고 즐기고 오세요. 남자친구분 있으시죠?”
“아. 아니 뭐 딱히요.”
미리는 얼버무리며 대답했고, 순간 자신의 손에 들어온 티켓 두 장중 한 장의 주인공이 될 사람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