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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May 13. 2024

직장인의 회의란 이런거다

미리의 가슴을 죄어오던 파마산 고객사와의 미팅날이 결국 다가왔다.

홍대리는 이번 발표가 고부장이 미리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여겼기에 그녀가 잘 해내길 바랬고, 만약 잘 해내지 못한다면 그에게도 좋지 않은 여파가 있을 것도 알았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미리가 더욱 잘해주길 바랐다.     


“과장님. 잘하세요. 화이팅.”

고부장과 함께 대회의실로 들어가는 미리의 등 뒤에 대고 홍대리가 속삭였다.      

회의실로 가는 발걸음은 마치 소가 도축장에 끌려가듯 무거웠고, 그 눈빛이 미리 눈앞에 있는 듯 같은 처지처럼 느껴졌다.  

   

회의실 문을 열자 파마산 기업에서 온 두 사람이 살짝 긴장된 상태로 주춤거리며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수석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이쪽으로 앉으시죠.”     

고부장은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면서 마르고 신경질적인 얼굴을 한 남자와 학자 타입의 젠틀한 이미지의 남자 등을 동시에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앉을 의자로 안내했다.


미리는 그 둘을 마주 보는 자리에 앉자 더 긴장감이 몰려온 것 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영업기획팀 황미리 과장입니다. 오늘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그나마 기계적인 인사말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곧이어 고부장은 요즘 돌아가는 업계 얘기로 시작해 가볍게 안부를 묻는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가지며 미리에게 곧 있을 발표시간을 준비하라는 눈짓을 했다.     


“간략하게 저희 회사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3년 전부터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서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고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총 20장 중 15장의 PPT의 슬라이드가 넘어가자 미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얼굴 근육도 자연스럽게 풀어져 그제서야 편안하게 발표를 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 파마산의 두 수석들은 관심있게 발표자료를 보는 듯 했고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발표가 끝나자 두 사람의 질문이 이어졌고, 미리와 고부장이 번갈아 대답을 하며 일주일간 미리를 괴롭혔던 목요일의 공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휴. 진짜 끝났다. 다행이야.”

“황미리 과장. 수고했네 오늘.”   

  

미리는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듯 초점없는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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