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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May 23. 2024

뮤지컬을 보는 사이

퇴근 길의 바람은 어느새 서늘해져 미리의 자켓 단추를 여미게 만들었다.

‘드디어 내일 모레군. 하루만 더 버티면 되네.’

금형과 오랜만에 만난다는 사실이 미리를 두근거리게 만들었지만 갇힌 공간에서 함께 무언가를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좋아서 설레는 맘이 들다가도 왠지 모르게 불편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한편으로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나쁘지 않은 발표 덕분에 금요일까지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퇴근 무렵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불빛들이 미리의 눈을 더욱 흔들리게 했다.

‘아 안돼. 내일을 위해서 참아야지.’     

토요일 뮤지컬 데이트를 의식한 미리는 쏟아지는 불금의 유혹들을 물리치고 집으로 곧장 귀가했다.

특히나 발표가 있었던 이번 한 주간의 피로가 급작스레 몰려와 미리는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휴. 빡셌어. 그래도 토요일이 오긴 오는구나. 내일 뭐 입지? 화장은 어떻게 하고. 가방은. 신발은..’

침대에 누운 미리는 내일 입을 옷과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대해 머리 속으로 계속 떠올리며 궁리했다.      


얼굴이 어딘가 찝찝해서 눈을 떠보니 어느 새 날이 밝아있었다.

‘아 이런. 어제는 술도 안먹었는데 그냥 잠들다니. 이따 금형님 만나야되는데 망했다. 젠장.’

미리는 머리를 쥐어감싸며 괴로워했지만 이내 벌떡 일어나 죄 없는 클렌징폼을 손바닥 한가득 짜서 얼굴에 박박 비벼댔다.     


“이번 역은 혜화역입니다.”

미리는 뮤지컬 극장을 가기 전 금형과 만나기로 한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미리님. 여기요.”

오늘따라 더 맑고 환해보이는 금형의 얼굴이 왠지 더 멋져보였다.     


극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온 주변이 어두워졌고, 화려한 조명과 무대 시설이 그 둘의 눈을 매료시켰다.

뒤이어 심장까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음향 소리가 미리와 금형의 주변을 에워싸는 듯 했다.     


어느 부분에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공연이 진행되고 한참 지나 금형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미리는 옆눈으로 금형을 쳐다봤지만 어두워서 그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금형이 손을 들어올려 눈가로 가져가는 게 보였고, 미리는 눈물을 훔치는 금형이 애잔하게 느껴져 조금씩 조심스레 손을 금형의 어깨로 가져가 토닥였다.     

순간 금형은 손을 들어 어깨에 올려진 미리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허’

미리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과 동시에 설레임으로 벅차올라 어쩔 줄 몰랐다.

30여분간 뮤지컬 공연이 끝나가는 시간까지 금형과 미리는 손을 잡고 놓지 않았고, 땀이 흐르는 순간에도 그 누구도 손을 떼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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