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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Jul 08. 2024

여기가 어디지?

“아. 여기가 어디지?”

지끈한 두통이 미리의 두 눈을 찡그리게 했다.

오른쪽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눌러 감싸며 게슴츠레 눈을 뜬 미리는 그 틈 사이로 보여진 천정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이어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빠르게 둘러봤다.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식은땀이 흘렀다.

“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황미리. 너 진짜 왜그러냐.”

미리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옆자리에 그가 없다는 사실에 몹시 안도감을 느꼈다.

“드라마에서는 옆에 남자가 있었는데..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미리는 그 집에 대해서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고 지체하고 싶지도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 차림에서 바로 자켓만 걸치고 나와 신발을 구겨신 듯 신고 그 집에서 다급히 빠져나왔다.

머리가 하얬다.

전날 어떻게 된 건지, 이 집은 어딘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궁금했지만 차마 금형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정상적인 일상에서 몇 발자국 이탈된 탈선 현장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여지없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맑아서 왠지 더 소름이 돋았다.

     

미리는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몇차례 반복하며 기도하듯 다시 폰을 쥐었다.

‘위잉’

“미리님. 잘 일어났어요? 어제 마지막 그 집에서 좀 피곤했는지 나와서 걸어가는데 힘들어보였어요. 아무래도 그 상태로 집에 가는 건 무리일거 같더라구요. 다행히 어머님 댁이랑 가까워서 제 방으로 모셨는데 혼자 두고 가기 정말 힘들었어요. 흐흐.”

미리는 금형의 그 뭉뚱그려진 문장을 읽으면서 전 날의 모습을 온전히 스스로 상상해야만 했다.

그의 배려심은 그렇게 미리를 더 낯뜨겁게 만들었다.

“아. 금형님. 너무 실례가 많았네요. 하 정말..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정말 미안해요.”

“하하. 미리님. 전혀요. 솔직히 되게 귀여웠어요. 근데 다음에 또 그런다면 어제처럼 혼자 두고 나온다고 장담은 못하겠네요. 해장하실래요 미리님?”

“아. 아뇨. 금형님 저 집에 급하게 가봐야해서.”

     

미리는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서늘한 바람에 한껏 들이밀고 열기를 식히며 잰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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