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느 날 저녁 자리

by 밥반찬 다이어리

2021년 12월 14일, 평소 업무로 알게된 친한 지인 몇명과의 저녁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주최자와 얘기했던 멤버는 나 포함 세명이었고, 나머지는 주최자가 알아서 데려오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다.

그날은 재택근무라서 업무종료 이메일을 보내고는 내가 좋아하는 꼬리찜을 먹을 생각에 서둘러 집밖으로 나섰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모두 다 와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멤버 두명이 더 있었다.

물론 전에도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지만 대화를 자주 나눴던 분들이 아니라 속으로 아주 약간 놀랐으나, 특별히 불편하거나 문제될 건 없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놀란 모습을 들킬까봐 나는 더 큰 목소리로 인사했고, 대화의 빈틈에 어색함이 닿을 새랴 우리는 서로의 빈 잔에 성실하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즐거운 술자리 일수록 다음날 머리는 더 아픈 법

우리는 앞으로 업계 상황이 많이 달라질꺼니 최소한 미리 대비는 해야된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술을 먹고 난 이후에는 대화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여튼 그날은 지속되는 코시국 상황에서 거의 1년만에 성사된 모임이었고, 각 회사에서 나름 굵직한 자리를 한다는 인물들로 당시 규제상 최대인원 5명을 풀로 채워서 만났던 즐거운 자리였다.


그날의 저녁 자리 이후, 코시국이기에 최대한 뒤로 미루고 미루뒀던 약속들이 그나마 확진자가 좀 덜해진 시기를 틈타 줄줄이 잡히는 상황이 되버렸다.

연말즘에는 봐야지 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기에 최소 한두달, 길게는 몇년을 못 본 사람들과의 약속이 연이어 계획되었던 것이다.


12월 15일은 회사에서 친한 언니이자 동네친구이기도 한 K언니와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모아둔 스벅 쿠폰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이미 희미해진 어제의 술자리를 회상하며 곱씹게 되었다.

"왜그리 많이 마셨냐?"

"그러게.. 그런데 마신거 대비 괜찮네" 라고 말하며 육개장 국물을 퍼나르는 손은 멈출 틈이 없었다.


다음날인 16일, K언니는 또 내게 메세지를 보내왔다.

“니가 좋아하는 중국집으로 약속장소 잡았으니 저녁에 무조건 꼭 와!”

"아놔 언니.. 그제도 마셨고 나 오늘은 안갈래. 별로 안떙기네. 다이어트도 해야되고.."

"야~! 사람들이 너 꼭 오래"

결국엔 무서운 언니의 명을 어기지 못하고 중국집에 도착했고, 굳게 다짐했던 것과는 달리 꽤 거하게 먹어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나를 꼭 오라고 강력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12월 17일, 그 전 해에 회사를 그만둔 후배를 거의 7년만에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동네인 강남으로 약속장소를 잡고 집을 나섰다.

이상하게 강남쪽으로 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지는데 그날도 그랬다.

게다가 그날은 정말 너무 추운 나머지 위아랫니가 자동으로 덜덜 떨려 지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귀까지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한때 즐겁게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자리였는데, 청초하고 강남 느낌이 나는 세련된 후배와 직장에서 정말 보기 드문 - 능력과 인간성까지 갖춘 G 상사, 그리고 절만 아니었지 몸에서 사리가 나올법한 인내의 P여인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정갈하고 고급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훈훈한 대화를 나눴다.


그래. 사람 사는거 별거 있냐. 서로 얼굴 보고 사는 얘기하며 위로하고 사는거지.

그랬다. 코로나 중에 위험을 무릎쓴 모임들은 체력의 한계를 가져왔지만 마음 한켠에 온기를 심어줬다.


금요일이라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점심 약속을 마치고 지방행 고속버스를 탔다.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긴장했던 몸의 근육들이 뭔가 더 무겁게 느껴졌고, 약간 몸살기운이 도는 듯 했다.

이번 주 연이은 약속으로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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