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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Feb 05. 2023

우리들의 변치않는 떡볶이 사랑

오늘은 오랜 친구 둘과 맛있다는 떡볶이집을 찾아서 먹기로 한 날이다.

한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다른 한명은 내 친구의 직장동료 언닌데, 내 친구가 이 언니를 처음 소개시켜 준 날도 우리는 떡볶이와 맥주를 먹으면서 얼굴을 텄다.


오늘 간 이 집은 오후 3시 이전에 떡볶이가 다 팔린다고 하여 우리는 12시 반까지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거의 3주 전에 계획해서 잡힌 것이었다.

나는 백수가 된 이후로 점차 기상시간이 늦어진 탓에 모처럼 아침에 긴장하며 일어났다.

우리 집에서 그 떡볶이집까지 가려면 1시간 반 정도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가야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늦어서 떡볶이를 못먹으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이 침대에서 나를 일으키기 충분했고, 목적지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떡볶이 집까지는 경보 경기하듯이 속도를 내어 걸어갔다.

아니 그런데 이 집은 가게 내부도 좁았지만 안에서 먹을 수 없게 되있었고, 포장만 가능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손님은 없어서 떡볶이를 살 수 있었지만 어디 카페나 식당을 가서 떡볶이를 펼쳐 먹을 수도 없고, 공원같은 데도 보이지 않아 매우 난감하고 초조했다.

그렇다고 멀리서부터 이 떡볶이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집까지 가져가서 먹을 인내심은 없었다.


우리는 각자 일사불란하게 주변 골목길을 최선을 다해 스캔하면서 먹을만한 데가 있는지 찾아봤다.

결국 의자나 테이블 같은건 기대할 수도 없었고, 그나마 남의 집 난간 같은 데가 보였는데 떡볶이를 펼쳐 놓기엔 충분한 사이즈였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니 경사가 좀 져있어서 그릇을 놓으면 떡볶이 국물이 흐를 것 같았다.

다행히 친구가 가져온 두루말이 휴지를 받쳐 안전하게 떡볶이 그릇의 수평을 유지시킨 다음, 우리는 신나게 떡볶이를 먹었다.


우리 나이에 길바닥에서, 그것도 남의 집 대문 옆에서 떡볶이를 먹는다는 게 상당히 민망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겠다는 열정이 더 컸기에 길바닥 떡볶이 먹기를 감행시켰던 것이다.

사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그 행위는 결코 실행될 수 없었다.

결국 다들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떡볶이를 다 비웠냈고, 우리의 웃음도 떡볶이 그릇이 바닥이 날 때까지 그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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