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때도 그렇지만 뭐든지 첫 걸음을 내딛기 직전엔 마음도 떨리고 손도 떨린다.
특히 그림을 그릴때 생각보다 손이 많이 떨린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마우스로 클릭해서 모니터에 첫 점을 찍어 내리기까지 몇번이나 찍을까 말까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 위에 첫 점을 찍는다는 건 생각보다 꽤 두렵고 공포스럽다.
첫 점을 잘못 찍으면 이후에 그려질 그림 스토리에 끼쳐질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다시 그리면 되는데 그 첫 선을 그을 때까지 어찌나 떨리고 긴장되는지.
나는 디자인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프로그램을 배우긴 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어디서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늘 그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다.
미대를 나온 디자이너 친구가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 확실히 배운 티가 났다.
빛과 그림자, 근육의 움직임, 인체 구조 등 비록 디지털로 그리긴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기본 요소들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이런 이유로 그림을 그릴수록 오히려 상상력은 점점 쪼그라들고,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으로 바뀌면서 뭔가 이성적으로 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감성이 좀 떨어지는 건 아닌가.
예술가는 상상력과 감성이 좀 있어야 되는거 아냐?
잘 그리는 사람들은 이런 물리,과학적인 원리와 인체의 구조도 다 공부하여 탄탄히 기초를 다진 후, 그 위에 상상력과 자기만의 시각을 덧입혀 그림을 그려낼 거고 나처럼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할 리가 없겠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지금도 잘 그리는건 아니지만, 이 와중에 나의 첫 그림을 보면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설프다.
그 때는 진짜 잘 그렸다고 생각하며 자랑삼아 SNS에 올린 그림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내게 저런 체계적인 이론이 머리에 꽉차 있었다면, 조금 더 완벽하게 그리기 위해 애쓰다 그림을 못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컴퓨터로 그리다보니 어느 순간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종이랑 연필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릴 수 있으니 참으로 간편함 그 자체였다.
오늘 스타벅스에 나온 김에 종이 위에 볼펜을 들어 연습을 해봤다.
아 이것도 떨리네.
손가락으로 처음 선을 그으려는 순간 손이 허공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그 주저함이 마치 첫사랑 고백하기 직전 소년의 마음 같으려나.
그릴까 말까. 찍을까 말까. 고백할까 말까.
무엇이든 첫 시작은 늘 떨린다.
내일, 오늘보다 덜 떨기 위해 또 그려야겠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