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도 아닌 내가 요새 부쩍 얼굴에 관심이 많아졌다.
예뻐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만 늙고 싶은 마음에 자꾸 얼굴로 시선이 간다.
옛날 사진을 보고 있자면 확실히 "와. 늙었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한다.
그러면 왠지 "맞어. 너 좀 늙었더라." 하고 남들도 동의해줄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 속으로 읊조린다.
아직은 남들에게 그런 말을 동시다발적으로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는 않았다.
살면서 사춘기를 제외하고는 내 얼굴에 특별한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나름대로 자신감 있었고, 스스로 동안으로 믿고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세월을 어느 정도 비켜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새 거울을 보면서 뭐가 문제일까를 생각한다.
그러한 사유를 하다보니 급기야는 아무거나 쓰던 화장품도 큰 맘 먹고 좋은 걸로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나 다이어트에 대한 다짐을 되뇌인다.
자꾸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이런 짓은 한심한 노인네들만 하는 거 아닌가.
왜 내가 이러고 있지? 하 내가 늙었나?
거울로 비춰보는 내 얼굴에 팔자주름이 점점 짙어져 가는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더이상 막아내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
비록 내가 얼굴로 먹고 사는 건 아니지만, 전에 없던 노화의 흔적을 매일 거울로 목도한다는 것은 사실 좀 우울한 일이다.
또한 거울로 나 스스로 360도 돌려서 둘러봐도 어디엔가 묻어나오는 아줌마태를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아줌마 나이니 어쩔 수는 없는데, 주변에 날씬하고 예쁘고 젊게 외모 관리를 하는 분들도 많다.
가만히 또 생각을 해본다.
직장을 조기 졸업한 나는 이제 내 한몸, 오로지 내 자신이 온 세상과 맞서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된다는 걸 알아차린 탓도 있는 것 같다.
회사라는 이름과 타이틀이 둘러주는 색안경으로부터 벗겨진 남들이, 이제 맨 눈으로 그저 나라는 인간 자체를 평가한다는 사실이 외모에 대한 우울감과 긴장감을 들게 만든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이 직업의 세계에서 나는 이십대와 삼십대랑 같은 범주 안에서 경쟁을 할 수 있기에 전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외모로 직접적인 비교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난 그들이 가진 감각과 다른데다 아줌마스런 둔탁한 외모는 대면 미팅이 생겼을 때 상대에 의해 쉽사리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에는 또래 집단이나 윗사람, 즉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내 위에 늘 있었고, 늘 보던 사람들이기에 외모에 대해 특별한 의식은 하지 않았다.
그래. 뭐 내가 20대,30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노력하면 좀 더 괜찮은 외모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이삼십대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예뻐졌다"는 말이 칭찬이지만, 40대 중반 이후에는 "넌 그대로다"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다.
지난 해 나는 직장생활 동안 거의 20kg 찌운 살을 10kg 정도 감량했고, 올해도 꼭 7kg 뺀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얼굴에 팔자 주름도 최대한 덜 생기게 얼굴 근육 운동도 잊지 않고 해야겠다.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모 관리의 중요성이 꽤 크다는 사실을, 그나마 일찍 깨달았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자.
야 그러고 보니 오늘 세수 한번도 안했다. 이제 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