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배우는가
홈패션 수업 3회차에 나는 지난 겨울 디자인 수업때의 선생님 목소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두 선생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터져 나오는, 고르지 못한 호흡과 이를 악물듯 짓이기는 발음은 두 선생님 모두 비슷했다.
"왜 이렇게 엉망이에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다.
프로그램의 도구 정렬이 엉망이어서 하신 말씀이긴 하지만 이미 두 차례 같은 문제로 설명을 해주고 가셨기에, 선생님은 또 다시 제대로 정렬이 안되어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짜증이 치솟았던 것 같다.
눈치가 없었더라면, 좀 둔했더라면 난 정말 단지 "도구"의 문제로만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음성 끄트머리에 섞인 한숨과 뒤통수에서도 느껴지던 따가운 시선은 진짜 내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즉시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 나는 실제로 멘탈도 엉망이었고,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도 엉망이었다.
선생님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 뒤로 "엉망"이란 단어는 내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드는 일종의 강력한 명령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3주 전에 등록한 홈패션 수업 3회차에 디자인 학원 선생님과 비슷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원래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잘 하셨어요."
선생님은 분명 잘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첫번째, 두번째 수업에도 들었던 그 "잘했다"는 소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어찌어찌 바느질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오늘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막판에 시간에 쫒겨 급하게 하느라 순서를 지키지 않고 실을 박다가 실타래를 완전히 뒤엉키게 만들었다.
오늘 수업에서만 세번째, 실을 엉켜뜨렸다.
선생님들은 예리했다.
최근에 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멘탈이 중심에서 살짝 비껴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나는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했다.
일상이 조금 힘들어 졌다고 이런 간단한 것 조차 손을 놓게 되면 한도 끝도 없다.
이럴 때는 오히려 힘든 일에 몰입을 최대한 덜 하도록, 다른 것도 같이 병행해서 해야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그 어떤 창작의 카테고리 끝에 다다르기 위한 일종의 호흡과도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스케치를 다 완성하지 못했지만, 하나 하나 시도하고 해 나가다보면 엉키는 실타래도 나 혼자 조금씩 풀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를 배울 때 나는 생각한다.
이걸 배우면 잘할까? 보다는 이걸 배우면 어떨까를.
그런 열망들이 나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
어느 날 별 걸 다 세세하게 기억하여 올파고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물었다.
"언니는 안쉬어?"
"엉. 난 쉬고 싶었던 게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고 내 한계를 누군가 정해주는 게 싫었던 것 같아."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