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퍼전파자로부터 전염된 코로나

by 밥반찬 다이어리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부시시 찌푸린 실눈으로 얼핏 시계를 보니 일요일 오전 9시가 좀 지난 시각이었다.

지난번 간만에 모였던 모임의 주최자 K의 전화였다.

순간 아 뭐지 업무때문에 전화했나 싶어 자다 깬 걸걸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받자마자 그는 인사도 없이 바로 물었다.

"몸 상태 좀 어때요?"


"글쎄 약간 감기기운 있는거 같은데.. 콧물도 좀 흐르고"

"얼른 PCR 검사 받아봐요. 그날 만난 5명 중에 2명 확진이고 나머지 저희 둘도 어제 검사받고 대기중이에요."

"엥? 뭔소리야 나 그정도는 아닌데.”

“우리도 다 멀쩡해요. 콧물만 좀 흐르고.”

아이고 이런! 이게 무슨 일이야.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이번주에 만난 사람들이 좌르르 떠올랐다.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맘이 더 컸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남편과 후배에게 이 사실을 고하고, 어제 저녁을 같이 먹고 게스트룸에서 머문 남편의 후배와 같이 우리는 단체로 보건소로 뛰어갔다.

세상에 그간 코로나 검사를 두어번 받아봤지만 이렇게 줄이 긴 적은 처음이었다.

대기 시간이 기본 두시간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 점심시간이 겹치면 1시 이후부터 다시 대기해야 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더욱더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제발 점심시간 이전에 검사만 받을 수 있기를!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그 후배와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K 문화와 아이돌 역사에 대한 얘기를 나눌 정도로 우리는 가벼운 마음이었고, 그 누구도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12시 점심시간에 임박해 우리 셋은 모두 검사를 마쳤다.

아슬아슬하게 점심시간을 넘기지 않아서 그게 더 큰 기쁨과 행운으로 다가왔다.

몸 컨디션은 오히려 어제보다 더 좋아졌고, 코로나 걸린 주변인들은 보통의 감기와는 느낌이 확 다르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더욱이 맘이 편안했다.


후배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에 전화온 K에게 연락하였다.

어제 검사받은 나머지 두명의 결과를 물었지만 워낙에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결과가 나오는 속도도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설마 별일이야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그들의 결과와 더불어 나의 결과를 조금은 착찹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의 결과에 따라 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검사받을 때보다 오히려 더 긴장됐다.

늦은 오후가 되서야 K와 다른 사람들의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어둡고 낮은 목소리로 그는 내게 "모두 다 양성"이라는 소식을 알렸다.

몇번을 물었다.

"정말?? 정말 다 확진이야??"


나만 남았다.

이제 홀로 기다려야했다.

번뜩 나도 확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5명 모였는데 4명이 확진이면 뭔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만 피해가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어차피 격리해야 될 상황이라면 빨리 서울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나는 서둘러 그 지역을 빠져나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오후 6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벨이 울렸고, 동시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정차했다.

보통은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데 뭔지 알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MK님 양성 나오셨습니다. 혹시 지금 어디세요?"

"아 저 그게.. 안그래도 제가 그럴거 같아서 격리하려고 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 사이 버스가 휙 지나갔다. 안돼애 내 버스...

"선생님 버스 타시면 안됩니다! 바로 돌아가세요!."

"아 저.. 남편도 출근해야되고 저는 어차피 자가격리 해야 하는데 마스크 쓰고 제 집으로 복귀하면 안될까요?"

"안됩니다 선생님!"


단호한 그 한마디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정류장에서 다시 남편이 사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몸과 마음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향해 있었지만 뒷걸음질 치듯 돌아가는 내 모습이 마치 마이클잭슨의 "문워크" 발걸음 같았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가는 중에 회사에 코밍아웃(코로나+커밍아웃)할 것을 생각하니 심난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딱히 잘못한건 아닌데 마치 죄인같은 이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심정으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진 소식을 알리고 보고를 드렸다.

그래도 이 분은 성격적으로 여유가 있고 오픈된 분이라 걱정말고 잘 쉬라고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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