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거친 파도 속으로 - 스타트업 생활(3)

by 밥반찬 다이어리

사무실로 출근을 하기 시작하니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안정감과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자세를 고쳐 앉고 몇일 전 배송된 책상에 앉아 나만의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전의 직장에서 썼던 그 책상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상에서 내가 할 일을 공부하고 배워서 새로운 세상으로 내딛어보자.”

마음을 새로 먹긴 했지만 전혀 다른,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업계에 맨발로 뛰어들다 보니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해왔다.


우선 기존에 내가 했던 업무를 보다 광범위하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책이 필요했고, 동생네 회사에서 하는 시스템 업무를 배워서 접목을 시켜야 했다.

이에 도서관에서 몇 가지 필요한 책을 빌려 책상에 전시를 해놨고 틈틈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길고 빽빽한 글을 오랜만에 읽으니 집중이 잘 안됐다.

내용도 방대해서 읽는 도중 인터넷으로 검색해 모르는 부분을 메꿔가며 문맥을 이해해야 했으므로 읽는 속도도 더뎠다.


“과연 내가 가야 하는 그 길 끝에 다다를 수 있을까.”

사실은 내가 가야 하는 그 길이 어딘지도 몰랐다.

중간 중간 얕은 숨이 새어 나왔고, 어떤 날은 몽롱하기까지 했다.

그나마 정신을 명료하고 집중력 있게 만드는 시간은 내용 파악도 안되는 회의 시간이었다.

보통은 각자가 전 날 어떤 업무를 어느 정도 수행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대표의 브리핑과 피드백으로 이루어졌다.


회의가 여러 번 진행되면서 나는 이해가 안되거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그로써 다른 직원들도 그다지 엄청나게 해박한 업무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동생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한 경력은 꽤 오래되었지만, 회사를 차리고 사업규모가 커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었다.

프로젝트가 늘어남에 따라 직원을 약 두세달 전에 뽑았기 때문에, 나보다 나은 수준이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배울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그 이후로 더 적극적으로 업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책임감을 더욱 느꼈다.

그래서 나이도 있고 사회 경력도 많은 내가 지금보다 더 도움이 되야된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이 회사의 업무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할 목적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파악되고 난 이후 나의 성향이 발동되어 결국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