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핑이라는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차에 접어든다.
인생의 대부분을 밖에서의 활동이 많은 외향형 인간으로 살다가 지금은 180도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의 집순이로 살고 있기에 생존 운동 개념으로 점핑을 선택하게 되었다
점핑은 트램폴린 위에 올라 방방 뛰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영상에 나오는 선생님의 동작대로 따라하면 되는 운동이다.
처음 테스트 수업을 하러 가던 날 나는 한가지 걱정이 앞섰다.
운동을 못할까봐 혹은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우려되는 류의 걱정은 아니었다.
"혹시나 음악이 트로트 위주로 나오면 어쩌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취향으로 운동을 하거나 신나는 일이 있을 때 배경 음악으로 트로트가 흘러나오면 나는 반대로 흥이 안나는 타입이다.
미리 검색해서 사진으로 살펴 본 점핑장 내부는 마치 90년대 후미진 나이트 클럽과 같은 이미지였다.
반짝이는 은빛 미러볼이 360도 회전하며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클럽 분위기 대신 셀로판지를 갖다댄 것과 같은 색의 빨강과 초록 조명이 번갈아 번쩍거렸다.
그래서 더욱 배경음악으로 트로트가 나올 것이라 우려했던 것이다.
드디어 점핑 테스트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다행히도 곧바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커즈 아 아 암 인더 스타스 투나잇.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흘러나왔고, 나는 점점 더 트램폴린 위에서 높이 더 높이 뛰었다.
"회원님, 상체를 숙이시고 두 발을 바닥에 닿게 뛰셔야해요."
어쩐지 허리가 아프더라니 기분 난다고 위로 방방 뛰는 운동이 아니었다.
자세가 어느정도 중심이 잡히고 점핑장도 서서히 익숙해질 무렵, 선생님은 내게 말을 거셨다.
"회원님, 트로트 좋아하시죠."
순간 나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걸 들킨듯 놀란 얼굴로 즉각 대답했다.
"아니요. 저 팝송이나 BTS 같은 노래 좋아해요."
그리곤 내 자신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아줌마처럼 보이나.역시 살을 빼야돼."
얼마 전 "살인을 부르는 호칭, 아줌마"라는 기사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었다.
아무리 아줌마라도 대놓고 아줌마로 불리는 건 어쩐지 좀 그렇다.
결국엔 트로트라는 노래로 대신 표현한 거란 생각이 들자 은근히 화가 스몄다.
트로트 좋아하냐는 말에 그렇게까지 화들짝 놀라는 이유가 뭘까.
사실 요즘 트로트는 젊고 트렌디하며 호소력이 있어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굉장한데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나는 옛날사람으로서 그 시절 트로트는 버스 기사님의 잠을 깨워 흥을 돋우는 용도거나, 직장 회식에서 어르신들이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용도로 쓰이는 걸 주로 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젊은 사람이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른하고 친해지기 좋다.
어른들은 "이 친구 뭘 좀 아네" 하고 대견해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것은 주로 노래방에서 이뤄지곤 했는데, 트로트로 세대를 뛰어넘어 화합되는 광경을 여러번 봤다.
그런데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냥 그렇겠거니 한다.
솔직히 세련된 이미지는 아니다.(나 자신의 생각)
그 옛날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던 나는, 울려퍼지는 트로트를 들으며 옅은 두통을 일으켰고 얼른 버스에서 내리길 바랬다.
또한 그 시절 회식자리에서 트로트를 부르며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던, 사람들의 순수(?)한 장면들이 머리속에 남아 트로트는 내게 그렇게 기억되었나 보다.
제가 그렇게 느낄 뿐 사실 트로트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