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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Aug 29. 2023

14. 거친 파도 속으로 - 스타트업 생활(8)

팀장은 코로나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늦게 출근을 하였지만, 어딘가 근심이 있는 얼굴이었다.

어찌됐든 내가 PM을 맡고 팀장은 보조 역할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엄청 바빠졌다.


어느 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한 협업 업체 이사라는 분의 텔레그램 메세지에서 상당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아니 사실은 그 업체와 일을 시작하는 날 부터 느꼈다. 단어나 문장 구사 자체는 예의를 갖춘 듯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근한 무시조가 섞인 말투였다.

그쪽도 짜증이 날 만 했다. 나와 팀장 모두 이쪽 일에 문외한이었기에 무슨 말을 던지면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 알아보다가 결국 그쪽에 의미를 묻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쪽 업체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였고 꽤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같이 문외한에 이제 막 커가는 스타트업에 대해 별 아쉬울 게 없는 회사였다. 

그 업체와의 수차례 대화 속에서 나는 느꼈다.

우리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아 벼랑 끝 낭떠러지에서 간신히 팔을 잡고 기어 올라가는 우리에게 조금씩 발로 손가락을 건드려 땅 밑으로 떨어드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말끝마다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그 분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말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님, 우선 저희가 부족한 이유로 여러모로 폐를 많이 끼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코인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이 업계에서야 모든 사람이 코인을 한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하는 거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코인을 안하는 사람을 미래에 잠재 고객으로 생각하고 사업 방향을 잡아도 되지 않을까요?"


나는 이 말을 하기 전에 MZ 세대라 일컫는 회사 후배들에게 코인을 하는지에 대해 사전 조사를 거쳤고, 이 회사 직원들에게도 물었었다.

그들 모두 이런 말을 했다.

"바빠서 코인 할 시간 없어요. 하더라도 잠깐 했었지만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형태의 회사원들은 코인 하기 어렵죠." 


그랬다. 보통 나인 투 식스의 형태로 근무를 하는 회사원들은 대체적으로 빡센 업무를 소화해야 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코인을 거래할 시간 적 여유가 없다.


그들은 가끔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늘 하던 업무에 익숙해져서 프로페셔널이 되어 있긴 하지만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


몇일 뒤 그 이사님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생각해보니 그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다시 한번 고려해서 이사님쪽과 업무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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