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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Sep 09. 2023

15. 거친 파도 속으로 -스타트업 생활(9)

그런 긍정적인 반응을 예상하고 말을 한 건 아니었다.

꽤 오랜동안 곱씹어보고 도저히 아닌 것 같아서 쏟아냈던 말이 잘나가는 그 업체에 약간의 자극을 준 것 같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내 주변엔 코인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없었다.


즈음 우리는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블록체인 컨퍼런스라는 대규모의 행사였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하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도 그 컨퍼런스에 참가가 결정되었고, 홍부 부스까지 마련되어 갑자기 준비할 게 많아졌기에 마음도 바빴고 실제로도 무척 분주했다.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 두개 정도는 잠시 미뤄두고 이 행사에 먼저 집중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회사 소개서를 PPT로 만들고, 홍보 리플렛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내 앞자리의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친구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논하고 최종 결정된 디자인으로 모니터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기획은 나의 역할이었고, 회사 소개글 작성과 디자인 컨셉까지 잡았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긴 했지만 신선하고도 재미가 있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 줄 알거나 동영상을 만들 줄 알면 정말 좋을텐데."

PPT 문서를 만들다가 조금만 기술을 더 입히면 훨씬 좋은 자료가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 행사에서 우리 회사를 돋보이게 할 중요한 것은 리플렛이었다.

팀장과 디자이너, 나는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우리 회사를 홍보할 디자인을 구상했고 빠른 시간내에 꽤나 예쁜 리플렛이 만들어졌다.

이제 인쇄업체에 맡기면 중요한 준비물이 완성될 차례였다. 

삼성동에는 대규모의 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가 있는 데다가, 주변에 회사들도 꽤 있어서 그런지 유명 브랜드의 인쇄 회사와 소형 인쇄 전문 업체가 다양하게 있어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나는 좀 저렴하면서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는 인쇄업체를 찾았고 빠르게 주문을 넣었다.

일정이 급박했는데도 예상보다 빨리 인쇄물이 나왔고, 그 결과물을 보는 데까지 몇시간이면 충분했다.


몇시간 뒤 실제 프린트물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너무 예쁘게 잘 나왔네요."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고 미소를 그득 지으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내일로 다가온 컨퍼런스에 이 인쇄물을 들고 방문객들에게 홍보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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