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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Oct 18. 2023

20. 우연한 적성검사

국민취업지원제도에는 개인의 상황에 맞게 단계별로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다행히 그 요건에 맞게 서류를 내고 승인을 받았고, 큰 부담없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되었다.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당장은 재정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백수가 된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꽤나 유용한 제도였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알아본 이후에 재취업을 지원하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는 걸 연쇄적으로 알게되었다.

생각보다 재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회사 내 시스템에서만 평생 갇혀 살아온 내가 또 한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한 기관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정보를 입력하다 보면 연관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어찌 타고 들어가다 보니 워크넷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마치 잡코리아 같은 구직 사이트와 여러가지 훈련 정보도 같이 운영되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였다.


나는 순차적으로 회원가입을 하던 중 어느쪽으로의 취업을 원하는지 적는 항목들을 보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회사에서 해방되었으니 뭔가 기존에 얽매여있던 기준이나 경력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나를 다시 창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어렴풋하게 되고 싶었던 작가, 기자, 예술, 영상 이런쪽으로 생각을 했고 비슷한 항목으로 체크를 해뒀다.


어느 날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은평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구직에 도움이 되는 무료 교육을 개최하니 참여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뭔지는 몰랐지만 내게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에 구글폼으로 신청하고 그 날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교육이 개최되는 날이 다가와 집에서부터 서둘러 나와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로 향했다.

낯선 동네로 들어서니 호기심과 더불어 해방감이 느껴지며 이 곳엔 어떤 노포 맛집이 있을까 눈을 열심히 굴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입장을 하며 참가자 명단록을 작성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약간 흠칫하며 놀란게 대부분 50-60대였고, 이 교육에 잘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돌아갈 순 없었다.


강의실에 입장해서 강사님의 소개를 듣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을 듣다보니 처음에 잠깐 가졌던 잘못 들어왔나 하는 생각에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강사님 자체가 경단에서 재취업에 성공해 이런 강사로 나서게 될 수 있었다는 스토리였고, 그것은 내게 또 다른 세계로 눈을 뜨게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연이어 강사님은 A4 용지와 그림이 그려진 카드 여러개를 나눠주시며, 자신이 잘 하는 활동의 카드를 고르라고 하셨다.

이른 바 적성검사였다.

나는 정해진 카드 수량을 골랐고 그에 따른 유형과 적성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되었다.


사물, 사람, 자료, 사고형 총 네가지 유형으로 나뉘었고, 나는 사고형에 제일 크게 해당되었다.

유추,글쓰기, 문제해결, 개념화, 관계/결합/창의, 설명/해석/통역, 개혁/개척하는 인자가 있어 아이디어, 상상력, 예술, 창의적 소질이 발휘되는 직업을 가지면 좋다고 나왔다.


사실 기존에 전혀 모르던 사실이 결과지에 나온 건 아니었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 적성검사 결과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존과는 다르게 체감되었고, 내가 생각하던 나를 뭔가 근거로 입증해 주는 것 같아 확신과 안도감이 들었다.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 #은평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적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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