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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Oct 25. 2023

21. 치킨 배달 왔습니다

배달 알바를 뛰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관 재취업 사이트에 원초적 자아가 하고 싶었던 것 위주로 항목을 기입하고 은평구에서 적성검사까지 마친 이후 내일배움카드로 교육을 받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배울까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서울과 경기권의 지역 기반 조건으로만 검색을 해도 아주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었다.

제한만 없다면 배우고 싶은게 한두개가 아닐 정도로 고르기가 어려웠다.


일단 무얼 하겠다는 플랜이 확실하게 세워져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훈련 프로그램이 4월말에나 시작되어 3월 하순부터 그때까지 시간이 붕 뜨게 되었다.

사실 그정도 했으면 쉴 법도 했는데 나는 그 뜨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고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에 불타올라 밤낮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유튜브를 시청했다.


주제는 다양했다.

평소에는 그리 좋아하지도 않던 자기계발 유튜브라던지, 요리와 먹방, 돈 버는 법, 브랜딩하는 법, 다양하게 먹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스토리와 글, 영상들을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게 머리 속에 회사 밖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것들을 차별 없이 집어넣고 있는데 스치듯 남편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내게 그 전에도 몇 번씩 말하곤 했다.

"난 배달이 되게 좋은 알바거리인거 같아. 지리도 익히고 운동도 하고."


솔직히 스윗한 남편의 그 말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자기는 그런거 하지 말라고 말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은근히 계속해서 얘기하는게 이거 내가 집에 있으니 못마땅한가 여겨지기까지 했다.


내게 훨씬 전에 한 얘기였는데 시간이 지나 그 말을 기억해내곤 혼잣말로 대답했다.

"그래?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거리지만 경험삼아 한번 해볼까? 아직 춥고 운동량도 적어서 일부러 나가 운동하기도 어려운데 큰 돈은 아니지만 도보로 해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언뜻 배달은 그냥 배달이지 뭐 하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어떤 방식으로 배달하는 지, 플랫폼을 이용하는 요즘 시대에서는 어떤 시스템으로 하는 지 알아야 했다.

바로 유튜브를 검색했더니 그 중에 김짠부님의 "쿠팡 배달 알바해보기"란 영상이 노출되었다.

평소에도 꽤 즐겨보던 유튜브였기에 망설임없이 영상을 틀어서 어떤 식으로 하는지 김짠부님이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이 자세히 나와있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상은 그만큼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기에 머리 속에 각인이 되려면 몇번을 돌려봐야만 했다.


마음을 먹고 나서 실행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 타입이라 바로 쿠팡 파트너스 앱을 설치했다.

교통수단은 세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차도 자전거도 없었기에 "도보"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ON" 버튼만 누르면 바로 근처 주문이 들어왔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 "ON"버튼을 누르기까지는 꽤 굳은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몇번의 심호흡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초록색 온 버튼을 눌렀다.


그렇다고 생각대로 바로 주문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다행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긴장이 너무 되어 핸드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돌렸다.


시간이 지나도 주문이 하나도 안들어오자 뭐 이거 제대로 되는건가 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갑자기 자명종 소리의 크기 저리가라할 정도의 굉음이 쩌렁쩌렁 울려댔다.


처음엔 배달 알람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이렇게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나 싶어 온 집안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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