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를 인생드라마 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 이선균에게 어떤 빚 같은게 있는 셈이다. 지독하게도 특별했던 드라마, 유별나게 아름다웠던 박동훈, 그건 여운이 아닌 어떤 충격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 이 사람이 살면서 무슨 일을 해도 몇 번쯤은 용서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모두의 <나의 아저씨>는 내 마음 속에서도 간직하고픈 영원한 나의 아저씨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일년에 한 번씩은 그 드라마를 틀어놓곤 했다. 귀 기울여 보지 않아도, 집중해서 빠져들지 못해도, 그저 그 세계가 금세 소환이 되어서 현실을 찰랑찰랑하게 채우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올 해도 늘 그랬듯 문득 ‘나의 아저씨’가 그리워 매일매일 한참을 틀어놨다. 가장 좋아하는 4-5회의 구간을 지나며 잠시 멈춰두고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에 카톡이 날라왔다. 이선균씨가 마약을 했다는 기사였다. 마침, 아이패드의 화면은 박동훈 부장의 컷에서 멈춰져 있었다.
실망이었나, 분노였나, 애증, 아픔? 뭔가 뒤죽박죽 되어 견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꾸역꾸역 나의 아저씨를 틀어놨다. 이선균과 박동훈은 멀티버스 속에 있는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내 마음 속에서 잃고 싶지 않은 하나의 자아상이 손상 되는 것이 싫었고, 소멸 되는 걸 막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시간은 흘렀다. 오늘 소식을 들었다. 나락만 있고 회생이 불가능한 이 구조가 새삼 끔찍했다. 사죄는 오직 목숨값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걸까.
집요하리 만치 전시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어떤 마음을 발휘했을까. 무고는 아니라 책임이 당연시 되어도, 그토록 집중 포격 되는 외력을 견뎌낼 내력을 누가 가졌으랴. 이름만 자살일 뿐, 명백한 타살이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온종일 손디아의 어른이 울려 퍼졌다. 안녕, 나의 아저씨 -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