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된 이순신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연속성이라는 안경을 쓴 시야로 평을 하고 싶다. <명량>은 화끈하고 단순했다. 이야기 자체가 극적인 요소(수군이 금쪽이 모드로 이순신 말 안 들음, 구선이 불에 탐, 물길이 몇차례나 바뀌며 뒤엉킴, 백성들의 협력으로 구원, 금쪽장군들이 달라졌어요, 구선이 돌아왔다 등등)가 너무 많기도 했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들에 지나치게 연출을 몰빵했다고 할까나.
이를테면 덤덤하게 말해도 충분히 감동 혹은 소름이 알아서 찰랑찰랑 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 자 큰거 한방 옵니다 가즈아! 소름 돋았쥬? 자 준비하시고 더 큰거 옵니다 가즈아!! 죽이쥬? 자 이 기세를 모아서 간다!!! 뭐 이런식의 좀 과잉된 연출이었다는 말이다.
이런 연출의 문제는 뭔가 밀려오는건 거부할 수 없는데 자꾸 옆사람 눈치를 보게 된다는거다. 너무 대놓고 뭐를 주려고 작정을 하고 밀어붙이니 민망하다고 할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700만이라는 희대의 관객수를 기록한 것은 <명량>이 가진 극적인 요소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해전을 구현한 퀄리티나, 배우들의 연기, 또 시대적 맥락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도 적절히 겹쳤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렇게 비판적으로 늘어놓아도 명량을 보면 그 참을수 없는 국뽕같은게 몇 번을 봤던 장면에서도 똑같이 차오르기 때문에 신기할 노릇이다.)
<한산>은 이런 부분의 문제점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개선을 하다 못해 개혁을 해버린 작품이다. <명량>의 강렬함과 웅장함을 기대하고 봤을 관객들을 뭐 이렇게 건조하지 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러나 <명량>의 그것과는 속성이 다를 뿐이지 <한산>이 품고 있는 화력이 결코 부족하지는 않았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명량>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고, 특별히 <명량>에서는 출격하지 못한 구선 버전1의 존재감과, 그것을 업그레이드 시킨 구선 버전2가 출격할 때의 넘치는 국뽕은 자리에 일어나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게 만들 뻔 했다.
<노량>은 초반에는 <한산>의 장점을, 후반에는 <명량>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수혈한 시리즈를 품격있게 마무리 해주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10년 동안 치열하게 이순신만을 그려온 김한민 감독이 이 시리즈들을 통해서 얼마나 소통하면서 성장했는지를 보여줬다.
유명한 격언인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단순히 관객수로만 평할 것은 아니다. <명량>은 이순신 시리즈의 시작을 쏘아올리기 위해서 – 첫 단추가 너무 저조하면 다음 속편들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너무 쪼그라드니까 – 그런 폭풍 같은 연출을 선택했고 그만큼의 흥행을 했다면, <한산>은 잠잠하고 덤덤하지만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노량>은 이순신을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처럼 살아있게 만들어주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소리’와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그 소리)
단순히 일본놈 = 나쁜놈 이라는 구도가 아닌 ‘전쟁’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풀어 나가는 시선이 좋았다. 3편의 시리즈 동안 걸출한 배우들이 같은 이순신이지만 다른 이순신을 표현했다는 것이 좋았고, 김윤석의 이순신 역시 매력적이었다. 꽤 오랜만에 보는 듯한 정재영의 연기가 반가웠지만 그는 금쪽이였다. 그밖에 연기를 칭찬하는 것은 지면이 아까울 듯 하다.
무려 한시간이 넘어가는 해전은 정말 모든걸 짜내서 찍었구나 싶을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퀄리티였다. 극적인 요소는 <명량>이나 <한산>에 비해서 떨어지나 연출적으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된다.
얼마전에 개봉한 <서울의 봄>도 역사가 스포이기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발 영화에서만큼은 다르게 보여줄 수는 없을까 하며, 끝까지 그 바램을 놓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량>도 마찬가지였다. 그뿐이다. 둥 둥 둥.
끝으로 대한민국 만세 대신 이렇게 외치고 싶다.헐리우드에 대표적 히어로 트릴로지(Trilogy _ 3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시리즈)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픽션도 아닌 실화 히어로인 이순신 장군의 트릴로지 <명량> <한산> <노량>이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