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어쩜 이렇게 예쁠까 라는 칭찬을 들었다. 일주일에 단 한번, 점심에 혼자 외식을 하는 편이다. 그 외에 아침과 점심 메뉴는 모조리 밥, 닭가슴살, 김치, 아몬드 10알로 동일하다.
이유는 혹독한 몸매 관리 때문이 아니다. 어느정도 반영된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중심의 동력은 혼자 먹는데 정성과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서다. 매일 뭐 먹지 라는 고민할 시간에 밥(탄수화물), 닭가슴살(단백질), 아몬드(지방), 김치(맛) 이런 간략하지만 완벽한 건강식단으로 먹고 말지란 생각이다.
그래도 지치는 구석이 없지는 않아서 일주일에 한번 밖에서 무언가를 사먹으면 환기가 된다. 역시 혼자 먹는 밥은 입으로 세 번 들어갈때만 맛있고 그 후에는 똑같구나, 이 돈으로 닭가슴살이나 사먹을 걸 이라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싶어서 이기도 한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은 평소 다니는 스터디 카페 아래의 뼈해장국 집을 갔다. 리뷰를 찾아보니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과연, 이름값대로 뼈에 붙은 살들이 상당히 실했다.
이런 실함 앞에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기꺼이 손을 더럽히겠노라 하며 뼈를 잡고 살을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신나게 발라 먹었다. 몇 개의 뼈들을 해치우고 나니 최종 보스로 보이는 거대한 한조각이 남았다.
이건 양손으로 끝을 잡고 쫙 하고 쪼개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견적이 단박에 나왔다.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잡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 그립이 불완전 했는지 그만 뼈가 날라가버렸다.
바닥에 또르르 하고 굴러가는 뼈에 붙어 있는 풍성한 살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순간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못 봤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어서 후 불어서 먹을까, 물에 씻어 먹을까, 생각을 했다.
에휴, 됐다 팔자라고 생각하자 하며 뼈를 주워서 그릇에 고이 올려놓고 애꿋은 깍두기를 쩌걱쩌걱 씹어대며 마음을 달랬다. 계산을 하러 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내가 맛이 없어서 저렇게 남겼다고 생각하시는거 아닐까, 그러면 속상하실텐데.
오버랩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전에 동네에 회전초밥집이 오픈을 했는데,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정도만 맛을 보려고 들어갔었다. 연어 초반 하나를 집어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다음에 와서 제대로 먹어야 하고 일어나서 계산을 하는데, 사장님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으셨다. 에구, 손님 입 맛이 안 맞으셨던 걸까요? 혹시 맛이 안 좋으신 부분이 있다면 저희가 잘 개선 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맙소사, 전혀 그런게 아닌데 그 순간 나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를 몰라서 우물쭈물 거리다가, 아닙니다 맛있었어요 하고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종일 그 일 때문에 미안함이 컷다. 이제 오픈하셨는데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셨을까 하며. 다시 가서 말씀드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 정도 용기는 없었다.
잊고 살았던 그 날의 일이 떠오르니 이번에는 꼭 용기를 내고 싶었다. 입을 열었다.
- 사장님 저기 뼈 ...
- 네, 뼈가 뭐 이상이 있었나요?
- 아 다른게 아니라, 제가 저기 엄청 큰 뼈를 남겼는데요. 그게 맛이 없어서 남긴게 아니라, 제가 손으로 잡고 뜯다가 그만 날라가 바닥에 떨어져서 저렇게 남긴 것 뿐이에요. 정말 맛있었는데 아쉬웠어요.
가게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다. 내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었음에도 앉아 있는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평수였다. 뭔가 이목이 집중되는 찰나에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어머, 어쩜 이렇게 예쁠까.
순간 가게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제 마음을 이야기 하시는거에요 라는 표정을 짓고 태연한척 그러나 발은 빠르게 구르며 ‘사장님, 칭찬이 더 예뻐요’라고 말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기묘한 경험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칭찬 중 하나가 ‘예쁘다’라는 말인데, 그걸 음식점에서 듣다니. 며칠 뒤, 우연히 스터디 카페 건물 1층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 사장님과 마주쳤다.
순간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아 그 사장님이시구나 하고 빠르게 인식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너무 환한 표정으로 '아 그 예쁜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하셨다. 나도, 그분도 서로를 알아보는게 신기했다. 뼈 하나 떨어뜨리고, 그걸 자백했을 뿐인데 이렇게 예쁘게 봐주시다니요. 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아이러니 하게 그 후로 난 그 뼈해장국 집을 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어쩐지 내가 가면 그 사장님께서 이번에 뼈를 거의 넘치게 실한 것들로 담아주실 것 같다는 시나리오가 쓰여졌기 때문이다. 막상 가면 똑같을지도 모르는, 어쩌면 못 알아보실 수도 있는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래뵈도 쑥쓰럼이 많은 성격이라 발걸음이 쉽지 않다.
미친척 하고 다음주에 가서 볼에 손가락 하나를 지긋이 댄 상태로 방긋 미소 짓고 안녕하세요, 예쁜 사람 왔어요 라고 해볼까. 실행에 옮길리는 없지만, 그 앞을 지나갈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어쩔수 없나 보다. 다들 이거보세요, 나 예쁜 사람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