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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해준 Feb 26. 2024

소리와 음악의 신비 1 - 하즈랏 이나야트 칸

수피즘을 서양과 유럽에 전한 위대한 스승

용맹스러운 전사의 눈빛을 가졌으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가슴을 지닌 인물. 강렬하고 고귀한 기품을 풍기면서도, 여성적인 후광을 뿜어내는 하즈랏 이나야트 칸(Hazrat Inayat Khan). 그는 19세기 후반, 인도에서 태어나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Sufism)을 미국, 유럽 등 세계로 전파한 위대한 스승이다. 그의 서적 중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소리와 음악의 신비>(황정선, 이정은 옮김)의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반복의 또 다른 효과는, 말에는 우주의 영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 뒤에는 우주적인 메커니즘이 그 말을 자동적으로 반복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말을 반복하면 그 뒤에는 신이 그것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모든 존재계 안에서 실현되고 하나의 실재가 될 때까지." - 11p


인도의 베단타, 기독교의 성경 등에서는 '말씀'(소리)을 강조한다. 신에게서 인간으로 말씀이 주어졌고, 그 말씀에 영적인 힘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수피즘의 스승 하즈랏 이나야트 칸 역시, 소리(말씀)의 반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어떤 말을 반복할 때, 신도 그것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트라'(주문)이라고 부르는 수행법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신의 이름, 축복이나 염원을 담은 말을 반복하면, 그것이 존재계 안에서 실현될 때까지 신이 그 말을 반복한다. 


"나는 음악에서 받아야 할 모든 것을 다 받았기에 음악을 그만두었다. 신을 섬기려면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 음악을 희생하였다." -14p


하즈랏 이나야트 칸은 위대한 음악가로서, 가수이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현악기 '비나'의 연주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음악에서 받아야 할 모든 것을 받았기에, 음악을 그만두었다. 작가가 글에서 쓸 모든 것을 쓴 후에 글을 그만두거나, 무용가가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춘 후에 춤을 그만두듯이. 누군가 신을 섬기려면 가장 소중한 걸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신의 제단에 바치는 것, 자기희생, 이것이 곧 신 앞에서의 자기 소멸이다.




"나는 내 가슴이 비나가 될 때까지 비나를 연주하였다. 그 뒤에 이 악기를 신성한 음악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음악가에게 바쳤다. 그 후로 나는 그의 피리가 되었고, 그가 원할 때 그의 음악을 연주한다. 사람들은 이 음악에 대한 찬사를 나에게 보냈으나 사실 그 음악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는 신성한 음악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  15p



유일하게 존재하는 음악가, 신성한 음악가는 신(神)이다. 그분이 원할 때만 그는 음악을 연주했다. 사실 그 음악은 그가 연주한 것이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는 신()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가게의 점원은 우리에게 거스름돈을 내주고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두 걸음도 걷기 전에 그 말을 잊어버린다. 그 말은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사람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말은 가슴으로 온다. 그 말은 가슴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가수는 하나의 음만으로도 모든 청중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다른 가수는 열두 개의 음으로도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 50p


가슴에서 나오지 않은, 단지 입에서만 나온 소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느낀 것을 말하는 것은 가슴에서 느껴진다. 오직 가슴에서 시작된 말(소리)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하여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삶의 신비를 탐구하는 길을 따라 더 많이 걸을수록, 삶은 더욱더 드러난다. 삶은 그 비밀과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법칙을 정직하게 따르는 것이며, 이 세상의 어느 것도 인간의 본성을 알고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 탐구는 자신에 대한 탐구이며, 신에 대한 탐구는 사실은 자신에 대한 탐구이다." - 66p


삶의 신비를 탐구하는 길을 갈수록, 삶은 비밀과 본성을 더 드러낸다. 자신에 대한 탐구가 곧 신에 대한 탐구이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 삶을 탐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추운 겨울날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오, 신이시여, 가난한 자가 이곳에 오지 않게 하소서. 가난한 자에게 추위는 끔찍한 것입니다. 만약 그에게 신발이 없다면, 그는 누더기 천으로 발을 감싸야합니다. 만약 집에 화롯불이 없다면, 만약 따뜻한 옷이 없다면, 만약 그들이 얇은 옷만 걸치고 일하러 밖에 나가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비참한 일입니다." - 99p



알지 못하는 누군가... 추운 겨울날 러시아를 여행하는 어느 가난한 이들을 걱정하여 그들의 따스함을 기원하는 기도. 생명 있는 다른 존재의 안녕을 소망하는 기도.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그들을 위한 기도가 있기에 세상은 유지되고, 아직 따뜻한 것이리라.




"만약 고통이 없다면, 삶은 내게 전혀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슴을 꿰뚫는 것은 고통이며, 고통의 느낌은 깊은 기쁨이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었다면 위대한 존재들, 위대한 음악가들, 시인들, 공상가들, 사상가들은 그들이 도달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며, 세상을 감동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항상 기쁨만 있었다면, 삶의 심연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 102p

 

모든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 그들은 고통에서 도망치려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투약하거나, 성관계(sex), 일(work), 휴대폰 등 수많은 대상에 중독되고, 극심한 경우 자신의 생명마저 버린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그토록 피하고자 하는 고통이 없다면, 삶은 피상적일 것이다. 고통의 아래로 내려가면 거기에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 심연을 들여다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삶의 심연에 도달할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와 영성가들에게 고통이 없었다면, 그들은 세상을 감동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마음으로 말하고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강력하다. 만약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힘이 없다. 만약 마음으로 말하고 입으로도 말한다면, 그것은 가장 강력하다." - 152p


어떤 말을 하든 입술만 움직이는 립 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나의 마음에서, 나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야말로 진정한 힘을 가지며, 그것이 나와 사람과 세상을 감동시킨다. 


"물질적인 사람, 하루 종일 자신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찬 사람, 늘 싸우고 있고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치유될 수 없다. 치료사는 자유롭고 공감해야 하며, 자기 자신보다도 동료인 환자를 더 사랑해야 한다. 무엇이 이런 사랑을 가르치는가? 어디에서 그것을 배울 수 있는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 이 사랑의 열쇠는 신이다. 대단히 진보한 오늘날의 삶을 보라. 무엇이 부족한가? 그것은 신이다. 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있는 무한한 사랑의 저장고를 여는 열쇠이다." - 173p


치유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신에게서 나온다. 오늘날 수많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지만, 거기에 사랑이 있는가? 나보다도 환자를 더 사랑하는 그 마음, 그 자기희생과 섬김의 마음에서 진정한 치유가 일어난다.


"생명이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이다. 그러면 사랑은 무엇인가? 그것은 신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 세상이 원하는 것은 신이다. 우리가 음악으로, 조화로, 음조로, 바른 조율의 과학으로, 선한 삶으로 얻어야 하는 모든 것, 우리 삶을 축복하게 하기 위해 얻어야 하는 모든 것은 바로 신이다. 이것이 모든 선한 것의 중심 주제이다." - 173p


인간이 추구하는 것, 우리 모두가 좇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진실, 선함,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의 다른 이름은 신(God)이다. 각자가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는 신적인 것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삶에서.. 




"어떤 사람은 무겁고 둔감하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하면, 그는 알아듣지 못한다. 그는 당신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할 것이다. 음악에도, 아름다움에도, 예술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우둔함이다. 여기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그는 음악과 시, 또는 어떠한 형태로 있든지 아름다움을 재빨리 이해하고 감상한다. 이것은 영혼의 깨어있음이고, 가슴이 살아 있는 상태이며, 진정한 영적 성취이다. 영적인 성취는 영을 살아있게 하는 것이며 의식하게 하는 것이다. 영혼과 영을 의식하지 못하고 물질적인 존재만을 의식할 때, 그는 우둔하며 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 175p


돌처럼 굳어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둔감하고,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들을 귀가 없는 이. 세상의 이익과 현실적인 계산에만 밝고 음악, 아름다움, 예술에는 닫혀 있는 이. 이들은 우둔하며, 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음악은 우주의 조화 전체의 축소판이다. 왜냐하면 우주의 조화가 음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축소판인 사람도 똑같은 조화를 보여야 한다. 심장 박동에서, 진동에서 사람은 리듬과 음조, 조화롭거나 조화롭지 않은 가락들을 나타낸다. 건강이나 질병, 기쁨이나 슬픔, 이 모든 것은 그의 삶에서 음악 또는 음악의 결핍을 나타낸다." - 177 p


음악은 조화이다. 우리의 몸과 우주도 조화로운 가락과 진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본연의 생명력이다. 하지만 리듬과 음조가 왜곡되어 한쪽으로 치우치고 균형이 결핍되면, 조화를 잃게 된다. 여기에서 질병이 생기고, 정신적인 문제도 생겨난다. 


"음악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춤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모두 내면에 있는 자연스러운 영적 생명에서 나온다. 그 영적 생명이 솟아 나올 때, 그것은 사람이 짊어진 모든 짐을 가볍게 한다. 그것은 그의 삶을 평온하게 하고, 삶이라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게 한다. 감사하는 능력 또한 사람을 가볍게 한다. 삶은 바다와 같다. 감사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 사람은 쇳조각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그는 속이 비어 있고 받아들이는 배처럼 떠 있을 수 없다." - 178p


음악과 춤이 내면의 영성에서 나올 때, 사람의 짐은 가벼워진다. 감사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우리를 가볍게 한다. 삶의 바다에서, 쇳조각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우리의 무거운 존재. 그 난파되어 가라앉은 배는 예술적인 생명력과 감사의 힘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To be cou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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