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머무는 것
발리에는 요가만 하러 가는 사람도 많다.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오직 요가 수련을 하기 위해서
발리를 방문하는 사람을 주변에서도 여럿 봤다. 블로그 후기를 찾아봐도 1일 1요가를 열심히
하신 분들도 많더라.
나도 가기 전에는 발리에서 요가가 유명하다니까, 가면 꼭 자주 해야지! 다짐을 하고 갔는데...
역시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에서 걷는 것도 싫어하는 나였는데 갑자기
발리라는 환경이 생겼다고 해서 아침마다 요가를 하러 가게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꼭 가보고 싶었던 요가원 한 두곳은 시간을 내어 방문할 수 있었다. 그 중에 한 곳이
'프랙티스 요가원'이다. 이 요가원은 발리에서도 전통 요가에 집중하는 요가 스튜디오 중 하나인데, 전통 요가 탄트라, 하타를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 요가를 많이 수련해보지 않은 나였기에 이 스튜디오를 선택한 것도 있다. 프랙티스 요가원은 어려운 신체 동작보다는 호흡과 명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뭔가 나에게 따라할
여지와 가능성을 준달까 ㅎㅎ
발리의 요가는 요가 수업 전 후 시간까지를 전부 포함하는 것 같다. 어떨 땐 요가 전 후 시간이 더 좋을 때도
있다. 프랙티스 요가원도 골목에 들어서서 간판을 발견하는 순간 기분이 확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 향수의 로고를 닮은 간판도 좋고, 요가원까지 가는 자연 가득한, 그러나 정갈한
그 느낌도 너무 황홀하다. 수업을 듣기 전 1층에 바깥 쪽 정원을 보고 탁 트인 로비 의자에 앉아 있으면
내가 이런 여유와 편안함을 느껴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
수업시간이 되어 교실을 찾아갔는데 몽골의 큰 천막 텐트가 생각나는 쭉 솟아 있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둥그렇고 넓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아무래도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가뜩이나 요가도 못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할까봐 기초적인 수업을 찾아 들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이 하는 내용을 얼추 알아들으면서 기본 동작을 따라할 수 있었다. 가끔 엎드리거나 웅크린 상태에서 선생님 말을 듣고 동작을 변형해야 할 때,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어서 얼굴을 요리 저리 최대한 티 안나게 돌리다 보면 다른 외국인들도
나랑 비슷하게 눈치를 살피다가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속으로 '다들 똑같군!' 생각하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보기로 한다. 마지막에는 내가 요가 동작 중에 제일 사랑하는 사바사나 동작을 한다. 대부분 요가 수업에서 마찬가지겠지만, 어려운 동작들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에 편한 자세로 누워서 나의 숨소리, 호흡 등을 느끼는 사바사나 동작을 하게 된다.
날도 적당히 따뜻하고 시원하고, 오기 전에 먹은 아사이볼도 적당히 배부르고, 몸도 가볍게 움직였겠다...
사바사나를 하면서 누워있는데 밖에서 바람도 솔솔 불어온다. 솔직히 이건 잠 고문에 가깝다.
잠에 들랑말랑 하던 차에 선생님이 싱잉볼을 지잉 울리면서 우리를 이 세계로 다시 데려온다. 아쉽다.
발리에서의 요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많은 생각을 했다. 몸 속 에너지와 영혼을 탐구하기 위한 사람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사람들, 일상적인 수련을 통해 습관을 만들려는 사람들,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 각자 다른 이유로 요가를 찾지만 내게는 요가가 꽤 단순한 답으로 다가왔다. 그 공간, 순간에 집중하고 머무르는 것. 그래서 그 순간에 느껴지는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지하는 것. 내가 열심히 몸을 꺾고 접으며 어려운 동작을 하지 않아도 그 공간과 순간에 최선을 다해 존재했던 것, 그것이 내게는 요가의 의미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