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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의 독채 숙소

반딧불이와 개구리

by 클라우드나인

발리 우붓에 간다면, 한번쯤은 풀빌라가 딸린 넓은 독채 숙소를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쉽게 누리지 못하는 호사가 발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형성된 물가,

그리고 다양한 에어비앤비 숙소로 인해 가능하다.


우리 5명 가족도 우붓에서는 독채 3채와 풀빌라가 딸린 숙소에서 몇일을 묵었다.


독채 숙소가 좋았던 건 가족들끼리 다 함께 머물면서도 프라이빗한 생활은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여러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경우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옵션일 것 같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나랑 남편이 방 하나, 엄마 아빠가 하나, 동생이 하나.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숙소 첫날 낮에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독채 숙소 하나는 아예 쓰지도 못했다는 슬픈 헤프닝이 있다...


발리에 워낙 도마뱀은 많기도 하고, 도마뱀과 같이 자는 거에 익숙해져서 도마뱀까지는 어떻게 참아보자는 마음으로 가족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왕 큰 개구리가 독채 숙소 안에 있는 모습이 떡하니 발견된 거다. 우리 집 구성원 중에는 아무도 그 개구리를 유인하거나 손으로 잡아서 밖에 내려놓을 강심장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독채 숙소 문을 굳게 닫았고, 그 방에는 머무는 내내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는 웃픈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이 부분은 우리가 너무 곤충, 생물들을 무서워해서 벌어진 일일뿐 어떻게 보면 우붓 지역과 해당 숙소가 얼마나 깨끗하고 자연적인 환경에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니 두려워 말고 꼭 논밭 한가운데에서 머무는 호사를 누려보시길 추천드린다.


발리의 다른 호텔, 빌라들에도 수영장이 많아서 즐기기에 좋지만, 스미냑이나 짱구 등 해변가 지역에 가면 보통 바다에서 직접 해양 액티비티를 하거나 비치 클럽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호텔 내 부대시설은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거다. 그런데 우붓은 온통 산이 둘러싸고 있으니 숙소에 수영장이 있는 게 그렇게 좋더라! 옷 갈아 입는 거 무지 귀찮아 하는 나도, 침대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으니 수영복을 갈아 입고 밤수영도 즐기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모닝수영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장 이름은 Wayan 이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발리에서는 태어난 순서에 따라

첫째가 가질 수 있는 이름이 몇 가지 정해져 있고, 둘째가 가질 수 있는 이름도 몇 가지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유독 발리를 여행할 때 Wayan 등 특정 몇 가지 이름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에서 였다.

Wayan은 우리에게 플로팅 조식 옵션도 소개해줘서 경험해봤는데, 플로팅 조식은 바구니 안에 갖가지 음식, 음료를 담은 후에 수영장 위에 떠 다니면서 먹을 수 있게 한 형태였는데, 언제 또 음식까지 이렇게 물 위에 띄워보겠나 싶었던 경험이었다. 물 속에서 젖은 손으로 음식을 아름답게 먹기는 어려웠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에는 좋았다.


우붓의 독채 숙소는 우리 밖에 묵지 않아서 조용하기도 정말 조용한데, 밤에는 불빛이 하나 없다.

우리가 켜 놓은 숙소 불빛을 제외하고는 정말 마을 전체에 불빛이 거의 안 보일만큼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어두워서 무섭다기보다는 낮에 안 보이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 하늘에 가득한 별들과 함께, 여기서만 본 소중한 생명체가 있다. 정말 청정한 지역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예전에 뉴질랜드 여행 때 본 후로 서울에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딧불이'를 본 것이다!

반딧불이가 꽁지에 불을 달고 날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 우리 가족은 대흥분해서 '우와, 우와'를 연발했다.

여기가 그렇게 청정지역이었다는 걸 새삼 다른 생명체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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