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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로 보는 신혼생활 1

책상과 의자

by 클라우드나인

우리는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기 때문에 방 2개 중 하나는 침실로, 하나는 업무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나는 집에서 어릴 때부터 계속 쓰던 책상을 그대로 가지고 왔고 남편은 서서도 일하고 싶다며 위 아래로 움직이는 데스커 책상을 새로 구매했다. 의자는 각자에게 맞는 편한 의자를 동생이 선물해주었다. 나란히 놓인 2개의 책상 양 옆에는 각자가 지금까지 29년을 따로 살면서 읽거나 혹은 읽으려고 사 놓은 책들이 빽빽하게 꽃혀 있는 책장이 높게 천장까지 서 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디지털 노마드라면 정말이지 업무를 보기에 효율성 최강일 것 같이 세트로 배열되어 있는 게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갈해진다.


나는 벽 가까이에 있거나 아늑한 기분이 들만한 공간에 있으면 바로 꾸벅꾸벅 조는 편이다. 우리 집 업무 공간이 약간 그렇다. 바로 앞에 흰색 벽이 있고 코너에 위치해 있어 마치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업무 공간에 앉아 있을 때가 거의 없다. 대부분 사방으로 탁 트이고 이것저것 놀거리도 많은 거실 테이블에서 할 일을 한다. 그래서 항상 나는 거실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남편의 뒷모습이 약간 보인다. 남편은 이따금씩 미팅을 하거나 내가 사부작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안 될 때만 문을 조용히 닫곤 한다. 그러다 화장실을 가거나 밥 시간이 되면 우리는 내 전용 업무 책상으로 쓰이는 거실 테이블에서 만난다.


거실 테이블은 원목으로 된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 내가 너무 하루 종일 괴롭히면서 써서 그런지 나사를 정기적으로 조여줘야 한다. 제대로 조이려면 십자 드라이버로 조여야 할 것 같은데, 매번 공구 찾는 게 귀찮아서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 대충 80% 정도만 손으로 조인다. 원래 원목 책상에는 뜨거운 걸 직접 놓거나 하면 색이 변하거나 상하기 때문에 위에 천이나 테이블보를 깔아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평소 업무 공간으로 내가 사용하기도 하고 뭘 먹을 때마다 테이블보를 까는 게 귀찮기도 해서 그냥 쌩으로 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상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만큼 고스란히 그 세월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상도 동생이 결혼 선물로 기능성 의자와 함께 선물로 사준 거다. 동생이 필요한 걸 말하라고 했을 때, 나는 집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될 물건을 동생의 선물로 채우고 싶었다. 책상과 의자가 필요했을 뿐 아니라, 책상은 정갈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원목으로 꼭 하고 싶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선물 품목이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침대를 제외하곤 동생이 사준 책상과 의자가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은 최소 6시간 이상을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었다.


의자는 등받침 위에 머리 받침도 있는 걸로 골랐는데, 그 이유는 내가 목, 어깨가 안 좋아서 상시 자세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심한 편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 받침이라도 있으면 의식적으로 머리 뒤 받침에 머리를 대고 바른 자세로 컴퓨터를 하게 된다. 이 기능성 의자는 누군가 우리 집에 초대 받아서 올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거실 테이블에는 의자 2개만 세트로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1명 이상 우리 집에 오면 바로 남편이랑 내 기능성 의자 출동이다.


이 기능성 의자는 다리를 바닥에 내리고 똑바른 자세로 잘 앚지 않고, 아빠다리로 앉는 내게도 꽤 편하다. 옆에 팔걸이가 있지만 아빠 다리로 앉아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 이 의자는 항상 나를 편하고 아늑하게 품어준다. 이 의자는 딱 하나 단점이 있다. 사실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게, 이 의자 자체의 단점이 아니라 다른 물건과의 조화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다. 얼마 전에 남편의 성을 따서 ‘최이코’라고 이름 붙인 에코백스 로봇청소기를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다. 그런데 의자 다리가 좁은 간격으로 되어 있어서 로봇청소기가 의자 밑에는 닦을 수가 없어서 ‘이코’가 내가 앉아 있는 쪽을 닦으려고 오는 소리가 들리면 잽싸게 의자를 다른 데로 치워줘야 한다. 이 점 빼고는 정말 내게 일상의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의자와 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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