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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berrina Apr 23. 2024

12. 턴아웃과 무릎(1)

다양한 연구와 문헌들에 따르면, 발끝의 180도 턴아웃은 60~70%는 고관절에서 비롯되고, 20~30%는 발목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조금만 무릎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즉, 고관절에서부터 무릎, 발목으로 차곡차곡 외회전이 더해져서 발끝의 180도 각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처럼 턴아웃은 고관절+무릎관절+발목관절에서 각각 외회전이 되고 그 합이 발끝의 결과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 해부학적 구조를 무시하고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릎, 발목에서는 전혀 외회전이 일어나지 않고 고관절에서만 100% 외회전이 일어나도 턴아웃이 완성될 수 있다. 반대로 고관절은 거의 외회전이 일어나지 않고 무릎과 발목에서만 외회전이 일어나도 결과적으로 발은 180도 바깥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개인마다 타고난 뼈의 모양, 뼈가 맞닿아있는 각도, 관절의 유연성 및 근력 등에 따라 각각의 관절에서 일어나는 외회전의 각도가 달라질 것이다. 어떤 무용수는 고관절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원하게 외회전이 된 느낌이고, 어떤 무용수는 고관절에서는 활짝 외회전이 되어있지만 종아리 라인에서 살짝 안짱다리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떤 무용수는 고관절이 이상적으로 외회전 되지는 않았지만 무릎과 발목이 시원하게 외회전 되어 발끝라인에 거슬림이 없기도 하다. 프로무용수라면 무대에서 발끝의 턴아웃 각도가 눈에 거슬릴 정도인 경우는 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에 따라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중 어느 부분에서 더 외회전이 많이 일어나는지는 다 다르고, 이에 따라 다양한 동작에서 턴아웃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흔히 "턴아웃을 잘하려면 고관절부터 바깥으로 돌려야 해요. 발만 바깥으로 돌리지 마세요"라는 설명을 듣고, "무릎, 발목만 턴아웃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나쁜 것처럼 여기게 된다. 하지만 완벽한 턴아웃 라인을 위해서는 고관절 못지않게 무릎과 발목이 중요하다. 실제로 무릎 아래쪽의 도움 없이 고관절 외회전만으로 발끝의 180도 각도를 구현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턴아웃의 심미적인 완성도를 위해서는 고관절보다도 무릎 아래쪽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A와 B,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A. 고관절에서 130도의 외회전을 하고, 무릎 아래쪽이 안짱다리인 사람

B. 고관절에서 100도의 외회전을 하고, 무릎 아래쪽이 바깥으로 돌아가 있는 사람 

우리는 둘 중 누가 더 턴아웃이 잘 된다고 느낄까?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B를 보면서 마음이 더 편안할 것이다. A는 아무리 고관절에서 외회전이 많이 일어나더라도 종아리 부분이 안짱다리처럼 보이고 결과적으로 발끝과 뒤꿈치의 방향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B의 경우 비록 고관절에서는 외회전이 잘 되지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 발끝과 뒤꿈치 방향은 180도 가깝게 될 것이다. A와 B 둘 중 어떤 신체를 갖고 싶냐고 묻는 극한의 밸런스 게임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B의 경우 부상의 위험이 더 크지 않냐고 물을 수 있지만, A도 무릎 아래쪽의 안짱다리를 보상하기 위해 과도하게 근육을 사용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턴아웃의 완성도에 있어서 그만큼 무릎 아래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무릎 주변의 뼈와 관절면, 인대를 차례로 살펴보자.



무릎뼈(슬개골, patella)의 위로는 넙다리뼈(대퇴골, Femur), 아래로는 정강뼈(경골, Tibia)가 위치한다. 위 그림에서 보면 무릎뼈는 넙다리뼈와 관절면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지만, 정강뼈와는 직접 닿지 않고 무릎인대로 연결되어 있다. 무릎뼈 자체는 그 생김새나 위치에 따라 턴아웃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무릎뼈 위아래로 접해있는 넙다리뼈와 정강뼈가 얼마나 바깥으로 돌아가 있냐가 턴아웃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넙다리뼈와 정강뼈의 기본적인 구조는 모든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각 부위의 길이나 비율, 뒤틀린 정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 넙다리뼈(Femur)와 정강뼈(Tibia)는 얼핏 보기에는 일자로 곧게 쭉 뻗은 긴 막대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뼈 자체가 조금씩 뒤틀려있다.


파란색 원기둥이 뒤틀려 있는 것처럼, 넙다리뼈와 정강뼈도 살짝씩 뒤틀려 있다.



우선 넙다리뼈의 경우, 목부위가 넙다리뼈 하단의 가로축과 이루는 각도(회선각=염전각=전염각, femoral torsion angle)가 작을수록 턴아웃에 유리하다. 해당 내용은 이전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https://brunch.co.kr/@mulberrina/10

넙다리뼈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그림이다. 넙다리뼈의 목과 가로축이 이루는 각도가 작을수록 넙다리뼈가 턴아웃 방향으로 뒤틀려 있기 때문에 턴아웃에 유리하다.



넙다리뼈의 목부위뿐만 아니라, 큰돌기와 작은돌기 부위, 몸통 부위, 무릎관절면 위쪽 부위도 각각 조금씩 뒤틀림이 있고,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아래 그림에서 넙다리뼈의 각 부위 명칭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마다 넙다리뼈의 각 부위에서 뒤틀림의 정도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어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논문은 XLH라는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특징적인 '하지 골격의 이상'과 '이른 나이에 시작되는 관절염'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있다. 그 방법으로 XLH 환자와 대조군에서 넙다리뼈의 각 부위의 뒤틀림 각도를 비교한다. 아래 그림에서 초록색 테두리로 표시한 넙다리뼈 그림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각 부위를 나눈 것이고, 왼쪽의 그래프는 각 부위에서 측정한 뒤틀림 각도를 점으로 표시한 것이다. 보라색 테두리로 표시한 대조군(Control)의 결과를 보면, 점들의 위치가 다양하게 퍼져있는 것-조금 뒤틀린 사람부터 많이 뒤틀린 사람까지 다양-을 볼 수 있다. 즉 정상인에서 넙다리뼈의 각 부위의 뒤틀림 정도는 부위별로 꽤나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정강뼈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약간 뒤틀려있다. 아래 왼쪽 그림은 왼쪽 종아리 부위를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정강뼈와 종아리뼈다. 넙다리뼈와 맞닿는 A면과 복사뼈가 지나는 B면을 표시하고 있다. 아래 오른쪽 그림은 A와 B면을 위아래로 겹쳐본 것이다. 정상적으로 가쪽 복사뼈가 안쪽 복사뼈보다 더 뒤쪽에 위치하고, 그 각도는 문헌마다 조금 다르게 기술한다. 아래 그림에서는 25~40도를 정상 범위로 보고 있다. 즉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웠을 때, 양쪽 발끝의 방향이 살짝 턴아웃 방향으로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며, 정강뼈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누구는 조금 덜 벌어지고 누구는 조금 더 벌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13~18도를 정상범위로 표시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정상범위보다 더 바깥쪽으로 많이 뒤틀려 있는 것을 Outtoe라고 표시하고 있다. 뒤틀림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더 많이 바깥쪽으로 뒤틀려 있을수록 턴아웃에 유리하다.


정강뼈가 바깥으로 심하게 뒤틀린 경우다. 40도 이상 뒤틀린 경우나 심각한 통증 및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경우 수술의 적응증이 된다.



넙다리뼈와 정강뼈의 뒤틀림 정도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CT나 MRI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해야 하지만, 각 뼈들의 랜드마크를 확인하고 각도기를 사용해서 직접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 그림은 넙다리뼈의 회선각(=전염각, 염전각, femoral torsion angle)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엎드린 채로 무릎을 90도로 굽히고, 넙다리뼈의 큰돌기 부분이 가장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지점에서의 정강뼈와 수직선 사이의 각도를 측정하게 된다. 그림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직접 시행해 보면 정확한 위치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다.


위 그림은 정강뼈의 뒤틀림 정도(Tibial torsion angle)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엎드리거나 앉거나 누워서 측정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정강뼈 가장 윗부분의 수평선과 양쪽 복사뼈를 잇는 선 사이의 각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측정의 편의성을 위해 정강뼈 가장 윗부분의 수평선 대신 그와 수직 하는 허벅지 선을, 양쪽 복사뼈를 잇는 선 대신 그와 수직 한 발바닥 방향의 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넙다리뼈의 뒤틀림과 정강뼈의 뒤틀림에 있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다. 넙다리뼈는 턴아웃 방향으로 뒤틀려 있지만, 정강뼈에서 도로 안짱다리 방향으로 뒤틀려있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물론 넙다리뼈와 정강뼈가 모두 턴아웃 방향으로 많이 뒤틀려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개구리 자세 스트레칭은 편하게 잘 되어도 막상 서서 1번 자세 턴아웃을 하려면 발이 180도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도 있고, 개구리 자세는 뻣뻣하게 잘 안되지만 1번 자세에서 발이 180도로 잘 벌어지는 사람도 있다. 넙다리뼈와 정강뼈 중 어느 부위가 얼마나 턴아웃 방향으로 뒤틀려 있는지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아시다 히로미(2020) 발레를 사랑한 의사 선생님의 몸을 살리는 조언. 세종서적. p.50


위의 그림은 [발레를 사랑한 의사 선생님의 몸을 살리는 조언]이라는 책에 실린 실제 사례이다. 사진 2a, 3a는 각각 넙다리뼈와 정강뼈가 턴아웃 방향으로 잘 뒤틀려있는 경우다. 반면 사진 2b, 3b는 각 뼈들이 턴인 방향으로 틀어진 경우다. 이들은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 문제 될 것도 없고,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발레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완벽한 턴아웃을 위해서는 넙다리뼈와 정강뼈의 뒤틀림이 단 1도라도 아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무릎 자체보다는 그 위아래의 넙다리뼈와 정강뼈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무릎 관절과 인대 자체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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