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정폐쇄 Jan 01. 2019

나는 언더커버 작가입니다 (1)

형. 나 경찰이야.

형. 나 경찰이야.


영화 불한당에 나왔던 대사다.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적진에 들어가야 할 언더커버 요원이 자신의 정체를 당당히 밝혀버린다. 뭘까. 이 상황은. 나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러냐고? 실은 나도 언더커버 요원이거든.


나는 지금 내 신분을 숨기고 직장에 숨어들어 있지만, 사실 난 일반 직장인이 아닌 작가다. 아, 아직 정식 데뷔를 못했으니 작가지망생이라고 하는게 옳겠다. 오늘도 신분을 위장하고 출근 지하철에 몸을 싣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빨리 직장을 벗어나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게 9년째에 접어들어서 문제지만. 사실 9년 정도 언더커버 요원으로 생활하다 보면 가끔 헷갈릴때가 있다. 내가 직장인인지, 작가지망생인지. 심지어 내가 작가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이제 몇 남지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나를 일반 직장인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언더커버 요원들과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그 임무의 끝이 순전히 내가 하기에 달렸다는데 있다. 언젠가 당당하게 회사 사장님에게 찾아가 형. 나 작가야. 라고 외칠날을 꿈꾸며 오늘도 난 출근카드에 도장을 찍는다.


아싸. 오늘도 내가 출근 1등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