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
간단하다. 퇴근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차분하게 글을 쓰면 된다. 그런데 사람이 퇴근하고 나서 어찌 매번 글만 쓰겠는가. (그 좋아하는) 술도 마셔야 하고, 야구도 봐야하고, 운동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러다 보면 사실상 글을 쓸 시간은 많지가 않다. 게다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오면 씻지도 않고 뻗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틈이 날 때마다 계속 책상 앞에 앉았고 조금이라도 쓰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퇴근하고 나서 글을 쓴다? 이게 말은 쉬운데, 진짜 오지게 힘들다. 하지만 해 내야 한다. 그것이 내 본분이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9년동안 이 미친짓을 해도 데뷔하지 못했는데, 조금 더 한다고 뭐가 달라질게 있을까.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가정도 가지게 되다 보니 마음가짐이 총각 때와는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글 말고도 소중한 것들,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래서 딱 한 작품만 더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내 인생에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르는 시나리오다.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 써보자. 후회 없도록. 매번 퇴근하고 나서 글을 쓸때는 힘들어 미칠 것 같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도 잘 버텨 왔으니. 조금 더 고생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난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내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번 대차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