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쟁이랍니다.
나는 매사 자신있게 일을 해나가는 편이다. 수동적이라기 보다 능동적 인물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덩치도, 기백도 조금은 있는 편이라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잘 움츠려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모든 모습들이 진실되지 못했다는게 느껴진다. 왜냐? 나는 용기가 없으니까.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처럼 덩치와 발톱은 있지만 용기는 없는. 그래. 나는 겁쟁이랍니다.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돌이켜보면, 두 번 정도의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한번은 2013년인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당시 썼던 시나리오가 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국내의 작은 공모전에서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면 이제 나의 언더커버 활동을 그치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뭐랄까. 아직 이렇다 할 확신이 들지가 않았다. 나이가 좀 어리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유야무야 하다보니 그 시나리오는 때를 놓쳐버려 지금은 내 컴퓨터 하드 안에만 잠들어있다.
또 한번의 기회는 2017년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규모가 조금 더 커져서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지난 1년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었다. 작년 초에는 용산CGV에서 내 작품을 당당히 피칭까지 하는 꿈같은 순간도 경험했다. 이 정도면,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간과한게 하나 있었다. 내가 이미 매달 내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의 맛에 취해있다는 점이다. 월급이라고 하는건 너무나도 맛있는 술과 같아서, 처음 한두 번 맛봤을 때는 내 의지대로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래 앉아서 그 맛을 보다보면 결국엔 내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더라.
세 번째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