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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1. 2019

나는 언더커버 작가입니다 (3)

나는 겁쟁이랍니다.

나는 매사 자신있게 일을 해나가는 편이다. 수동적이라기 보다 능동적 인물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덩치도, 기백도 조금은 있는 편이라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잘 움츠려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모든 모습들이 진실되지 못했다는게 느껴진다. 왜냐? 나는 용기가 없으니까.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처럼 덩치와 발톱은 있지만 용기는 없는. 그래. 나는 겁쟁이랍니다.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돌이켜보면, 두 번 정도의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한번은 2013년인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당시 썼던 시나리오가 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국내의 작은 공모전에서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면 이제 나의 언더커버 활동을 그치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뭐랄까. 아직 이렇다 할 확신이 들지가 않았다. 나이가 좀 어리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유야무야 하다보니 그 시나리오는 때를 놓쳐버려 지금은 내 컴퓨터 하드 안에만 잠들어있다.


또 한번의 기회는 2017년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규모가 조금 더 커져서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지난 1년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었다. 작년 초에는 용산CGV에서 내 작품을 당당히 피칭까지 하는 꿈같은 순간도 경험했다. 이 정도면, 이제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간과한게 하나 있었다. 내가 이미 매달 내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의 맛에 취해있다는 점이다. 월급이라고 하는건 너무나도 맛있는 술과 같아서, 처음 한두 번 맛봤을 때는 내 의지대로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지만 오래 앉아서 그 맛을 보다보면 결국엔 내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더라.


세 번째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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