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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1. 2019

나는 언더커버 작가입니다 (4)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어렸을 땐 사람은 꼭 꿈이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꿈이 없다는 건 왠지 세상을 의미없이 산다는 말과 동일하게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강박적으로 꿈을 가지려고 했었을까.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꿈이 마음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왜 영화를 하고 싶어했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좌우당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당장에라도 뭔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였으니 무서울게 뭐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내가 가진 꿈의 크기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조막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에 대한 애정은 식지를 않더라. 그 때부터 나의 고행길이 시작되었다. 갈망은 생존의 싹이라고는 하는데. 개뿔. 차라리 무언가를 애정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넘어지고 깨지고. 넘어지고 깨지고. 짝사랑도 이정도면 병이다. 차라리 그 순간에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즐기며 살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내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룬 세상을 상상해본다. 매주 로또 당첨자는 오백만명 정도 나오고, 전 국민 모두가 집은 서너채씩 가지고 있고, 한 나라에 대통령이 삼백명 정도는 되는 세상. 길거리엔 외제차가 굴러다니고, 아무도 일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 하는 세상. 상상이 가는가? 그래. 맞다. 꿈은 모든 사람이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문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대열에 내가 포함될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그래. 어디 끝까지 한번 같이 가보자.

끝내 내가 실패하더라도, 절대로 널 탓하진 않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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