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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3. 2019

2018년 최악의 슬럼프 (3)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을 땐.

교통사고와 사랑은 예고없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내 생각엔,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슬럼프다. 슬럼프를 맞이하게 되면 마치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내 몸뚱아리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점에서 정말 가위 눌림과 비슷하다.) 그럴땐, 그냥 생각없이 푹 쉬면서,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것도 방법이더라. 그나마 내가 머리를 식히며 숨을 돌릴 수 있는 세 가지를 꼽아보자면 바로 검도, 야구 그리고 등산이다. 뭔가 상당히 고상해보이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검도는 시작한지 4년정도 됐지만, 빼 먹은 수업들이 많아 아직도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도 겪어봤고, 덕분에 한 두어달 목발을 짚고 출퇴근 하는 경험도 해봤다. 그러면 질려버릴 것 같지만 왠걸. 더욱 재미가 났다. 검도를 배우기 전에는 성격이 매우 다혈질이었는데, 검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내가 참 많이 차분해 졌음을 느낀다. 검도의 가장 큰 매력? 기본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다간 상급자에게 도륙(?) 당하기 십상이다. 불필요한 기교를 버리고 기본에 충실하자. 검도가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미친 듯이 대련을 하고, 땀을 비오듯 흘리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한가지 팁. 운동 끝나고 검우들과 함께 술 한잔 하면 더 좋다.


야구는 뭐. 하는 것 보다는 주로 보는 걸 좋아한다. 응원하는 팀은 롯데자이언츠. 프로야구 개막 이후, 2018년 지금까지 리그 우승을 단 한번도 못한 팀이기도 하다. 팬들에게 인기는 많지만, 소위 '강팀'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가만히 야구경기를 보다보면,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구를 보는건지 아니면 고통 받기 위해서 야구를 보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정말 요상한 팀이다. 그들은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를 시원하게 말아먹기도 하고, 힘들것 같다고 생각한 경기를 악착같이 따라붙어 가슴 찐한 역전승을 아주 가끔 하기도 한다. 아무튼 참 애증의 대상이다. 내가 데뷔를 하는게 빠를까, 아니면 롯데가 리그 우승을 하는게 빠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는게 참 좋다. 기왕 하는거 이기면 좋겠지만, 지면 또 어떤가. 최선만 다하면 되지. 최선을 다하는 한. 끝까지 당신들의 시합을 보며, 응원하고 함성 질러 줄께. 그렇게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난 후, 조용히 술 한잔 하면서 야구를 보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등산. 어렸을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자주 다녔더니 자연스레 산이 좋아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업무 스트레스는 주로 등산을 하며 푸는 편이다. 산은 그 모든 내 투정들을 아뭇소리 않고 다 들어준 고마운 곳이다. 사정상 산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시간 나는 틈틈히 그렇게 산을 찾는다. 뭔가 기운찬 에너지가 필요할 땐 설악산을 가고, 모든건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지면 지리산을 간다. 속리산, 주왕산, 내장산, 태백산 등 큰 산 말고도 작은 산들도 틈틈히 오른다. 무엇보다 등산이 끝나고 친구랑 맥주 한잔 하는 것이 나는 너무 좋더라.


정리해보니 술을 마시기 위해서 취미를 즐기는 것인지, 아니면 취미 생활의 흥을 돋구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건지는 헷갈린다. 하지만 왠지 살이 5kg 찐 이유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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