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웨이 다시 따라가기

2. Prologue (1) - 나의 상태를 알기

by 물고기

다시 한번 아티스트의 길로 찾아들어가는 여정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지금 현재 내가 어떠한 상태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존경하는 Françoise Pollet 선생님께서 언제나 제자들에게 하셨던 이야기가 있다.


Il faudrait répondre ces 3 questions :
1. Où suis-je?
2. Où vais-je?
3. Comment j'y vais ?
Si je n'ai pas de réponse, je ne pars pas.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해.
1. 나는 어디에 있는가?
2.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3. 어떻게 그곳으로 갈 것인가?
대답이 없으면 난 시작하지 않아.

이 이야기는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내가 꼭 고민해봐야 하는 단순한 질문이지만, 생각해 보면... 어디 음악만 그러한가?

사실 이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굉장히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동네에 도착했는데,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어떻게 지도를 찾아보고 내 위치를 찾아 내가 갈 곳을 정하고 경로를 정한단 말인가?

심지어 Gps / Google Maps 같은 첨단 기술들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도 저 세 가지 질문은 언제나 유효하다. (요즘은 내가 어디 있는지 정도는 표시해 주니까 좀 나은가? 아냐, GPS를 켜도 길 잃는 사람들은 길을 잃게 되더라고 !)


자, 아티스트의 길을 아주 단순하게 바꿔서 말하면, 나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창조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질문과 세 번째 질문의 답이 나왔다.


2. 어디로 갈 것인가? 아티스트의 길

3. 어떻게 갈 것인가? 창조성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그럼 1번 질문에 대답해 보자.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때, 내 마음속에의 나는 마치 나를 벌거벗겨 모르는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것만 같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아야 3번 질문을 수행하는 것이 수월해진다고.


난 프랑스에 있는 꽤나 유명한 학교에서 들어갈 때부터 나갈 때까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고... 꽤나 유명한 콩쿠르에서도 입상했었고.. 나름 신문에도 실려본 적도 있었더랬지. 지금은 내가 졸업한 모교에서 즉흥연주를 직업으로 삼는 일을 하고 있고.


이렇게만 들으면 ‘왜, 멀쩡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데?‘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


그렇지만 나에게 “지금 너의 창조성은 어떠하니?” 라고 묻는다면, 빈말로라도 “응, 괜찮은 거 같아” 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일단, 즉흥연주는 내가 알고 있는 연주방식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아이디어와 생동감을 간직한 방식인데, 그마저도 언제부터인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그냥 이미 연주했던 음악을 다시 복제하는 기분이 드는 지경이다.


새로운 음악을 연습하고 공부하는 건 행복한가?

아니. 악보를 보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도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 (설령 당장 다음 주에 연습해야 할 곡들이 산더미인데도 !) 그냥 음악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것조차도 싫어.


최종질문, 너의 음악에 대한 창조성은 어떤가?

전혀 안녕하지 않아. 창조성이 어떻게 생겼었는지도 잊어버린 상태야. 마치 물 주는 것을 잊어서 바싹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야.


대략 상태가 짐작이 되겠는가?

나의 경우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통해서 창조성이 ‘막힌‘ (혹은 말라붙은)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지만, 창조성이 원래 흘러야 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런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

원래 막혀있던 물줄기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뚫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나의 의도와 노력이 필요하지.


이 프롤로그 1부는 우리가 창조성 회복의 과정을 위해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두 가지 준비물을 소개해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다.

이 두 준비물은 아예 습관으로 고정시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굉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이다.


- 모닝페이지

- 아티스트데이트


이 두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하려면 아예 글 하나를 따로 빼서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물고기씨는 여러분들이 우선 행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주 짧고 간결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1. 모닝페이지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자마자 가장 편한 필기수단을 가지고 30분 동안 떠오르는 대로 후다다닥 써 내려가는 것이다.

포인트는 ‘떠오르는 것을 바로 써 내려가는 것‘.

원래 줄리아 여사님께서는 종이와 펜을 강력히 권하셨지만 이것은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우선 30분 동안 스톱워치를 맞춘 다음 메모장 앱을 실행하고 후다다닥 써 내려간다.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좋다. 하다못해 할 말이 없으면 “할 말이 없어.“ 라고 반복해서 써도 상관없다. 우선은 30분 동안 뭐라도 써야 한다.


미리 말하지만 처음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는 건가? 네, 쓰세요. 어차피 당신만 볼 거니까요.

아, 이런 건 쓰고 싶지 않은데? 아뇨, 쓰세요. 왜 쓰고 싶지 않은지 종이에 써 내려가는 것도 아주 좋아요.

아, 이게 맞는 건가? 틀린 건 없으니까 일단 쓰세요.


별표 쳐야 하는 주의사항 :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서 그걸 다시 펼쳐보면 안 된다. 일단은 그냥 쓰고 덮어두세요. 읽고 고치거나 문장을 다듬을 생각 같은 건 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이걸로 책을 낼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2. 아티스트데이트

1주일에 한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친구/연인의 자리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간에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을 대하듯, 가장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듯 나 자신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글거린다고? 그럼 더더욱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 나를 기쁘게 하는 게 쑥스럽고 부끄러워야 하는 것인가?


나를 기쁘게 하는데에 돈이 들지 않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고기씨 같은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골동품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나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들을 바라본다던가 (진열장에 전시된 것을 지켜보는 데에 돈이 드는 건 아니잖아요), 멋진 인테리어가게에 보이는 페인트 색깔 샘플들을 눈여겨본다던가, 꽃집 앞에 있는 나무들이나 녹색식물들을 보고 감탄하곤 한다. 아니면 신비주의넘치는 원석가게 같은데 들어가서 크리스탈들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근데 어지간하면 손을 대진 않아.)



이 두 가지 도구는 상호보완적인 양식을 지니고 있는데, 모닝페이지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라면, 아티스트데이트는 그렇게 알아낸 나의 내면을 현실에 꺼내고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별것 아닌 행위라도 상관없다.

‘이래도 되는건가‘ 라는 죄책감이 드는 행위라면 아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자. (물론 남들 앞에서 옷 벗고 나돌아 다니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남들을 위해 나 자신을 죽이고 사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사실은 내가 기뻐해야 남들도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는 법인데.


착한 아이는 잠깐 내려놓고, 나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가도록 하자. 그다음에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천천히 다루도록 하자고.


우선 저 두 가지 준비물을 내 일상에 갖춰보자.


능력이나 근육처럼, 내면의 지혜를 듣는 것도 자꾸 되풀이해야 강화된다 - 로비 개스
작가의 이전글아티스트웨이 다시 따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