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웨이 다시 따라가기

3.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2)

by 물고기

물고기씨는 글을 아주 빠르게 쓰는 편이지만, 한동안 현실에 다시 발붙이느라 조금 삐그덕거렸었다.

독감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니고 감기라고 하기엔 암튼 그렇고, 암튼 원인 모를 열+기침+피로감 트리오는 물고기씨를 방학 전부터 괴롭히더니만, 짧은 방학 2주 동안에 쉬는 동안 좀 나아지다가 싶다가... 개강하려고 하니까 다시 “안녕? 나야” 이러듯이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이다.

덕택에 여러 사람들을 걱정시켜 가면서 온갖 난리를 피우다가, 분명 내 목에는 가래가 끓고 있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응, 아무 이상 없다고 ^^(이 웃음은 썩은 미소다)‘라는 듯한 “피검사결과 : 정상”이라고 친절하게 쓰인 종이까지 받아 들고서야... 아, 이건 그저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고. 언제까지나 침대에 누워서 살 순 없다고. 현실을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고.




저번 편 모닝페이지 소개글에 이어서 오늘은 아티스트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 아티스트 데이트

이름이 곧 많은 것을 말해주는데, 그렇다. 나 자신과 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생소하십니까? 친한 친구나 연인의 자리에 나 자신을 앉히고, 1주일에 하루 날을 잡아서 나 자신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일이다.


줄리아 여사님께서는 2시간 정도를 할애하라고 했는데, 혹시나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도 상관없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한 잔 마시면서 오롯이 나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챙겨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카페나 서점 한구석에 혼자 앉아있는 건 딱히 용기를 요구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꽤나 자주 혼자만의 시간을 낼 수 있을 덧이다.


혼자만의 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그 혼자만의 시간에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해보고 싶어 하는 활동을 나에게 선물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카페에 혼자 앉아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그것은 나와 같이 있는 게 아니다. 설렘이나 관계에서의 신선함이 사라진 연인들이 매주 만나서 의무적으로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의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을 꽤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을 보면 당신은 뭐라고 생각할 것인가?

저 상황에서 그들은 연인과 함께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연인의 존재감만을 공유하는 것인가?


핸드폰을 잠깐 내려놓고, 여러분이 진짜 즐거워하는 일이나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못해본’ 일들을 여러분을 위해 해주는 것이다. 뭘 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에게 달린 것인데,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나 막연한 이야기니까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 물고기씨는 오랫동안 도자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뭔가 흙이 내 손에 감겨드는 그 감각이 어릴 적 해변에서 모래성 쌓으면서 놀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 같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식기들 위에 나만의 문양을 그리는 즐거움 또한 쏠쏠했던 기억의 단편이 있었다.

어느 날 길가를 지나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자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모든 재료를 제공해 주는 작업실이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작업실에 연락해서 하루짜리 수업을 등록했다. 아직 흙을 만지거나 그런 건 아니래도 도자기를 다시 만지고 나만의 그림이 담긴 머그컵, 나만의 색깔이 있는 접시를 만들 수 있다니. 꽤나 괜찮은데? 주말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납득이 가기도 한다.


- 내 친구 C는 재즈피아니스트인데, 오래전부터 펠트재질 직물이 주는 그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을 참 좋아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간 동안 시내를 같이 돌아다니다가 펠트와 양모로 작업해서 마치 대리석 같은 색감을 주는 (불어로는 feutrine이라고 한다) 그런 작업을 하는 분이 운영하는 작업실을 지나치게 되었다. 마침 그 친구는 자기 조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그 작업실에 들어가서 주인언니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뒤, C와 통화하는 도중에 C가 하는 말이 “너 그때 들렀던 작업실 기억하지? 나 거기서 전등갓 몇 개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 있지. 조만간 거기에서 진행하는 일일수업 한번 들어보려고 해.”

사실 물고기씨 취향에는 feutrine은 살짝 글쎄올시다... 이긴 했지만, 그런 물고기조차도 한 가지 측면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그 feutrine 작업할 때 펠트천을 쿠션 위에 대고, 원하는 색깔의 양모 한 움큼을 떼어낸 다음 그 펠트천 위에다 올려놓는다.

그다음에는 꽤나 큰 바늘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원하는 질감과 색깔이 펠트천에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찌르는데, 뭔가 스트레스 풀리는 기분?

(이상한 인형 들고 바늘로 찌르는 부두교 의식 같은 거 생각한 게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간단하게 실제 예를 이렇게 들어봤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빵이나 케이크 굽는 걸 좋아한다면 시간을 내서 혼자 베이킹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훌륭한 아티스트데이트다. 아니면 요리 또한 훌륭한 수단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창조성이 막힌 기분이 들 때 주방에 가서 칼을 들고 야채를 다듬고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는다. 그 칼이 나무도마에 닿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 고기가 뜨거운 프라이팬에 닿을 때 나는 ‘치이이익-’ 소리, 그리고 완성된 요리에서 풍기는 훌륭한 향기. 맛의 다양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자신의 감각을 깨우기에는 충분한 시간 아닌가.

혹시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나 손에 종이가 닿는 그 감촉을 즐기신다면 화방에 가서 종이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물고기씨는 화가가 아니지만 종이들이 주는 촉각의 즐거움을 외면할 수는 없다. 마치 고운 모래가 닿는 듯한 느낌, 혹은 거칠게 마감된 콘크리트 벽을 만지는 느낌, 혹은 부드러운 비단이 손에 감기는 듯한 느낌 등. 촉각이 주는 즐거움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




꽤 길게 여러 가지 감각적인 즐거움에 대해서 서술했는데, 그중에서 여러분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싶은지를 알려면?


모닝페이지를 써줘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아, 나는 알고 보니 실제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알았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여러분 스스로 모닝페이지에 쓰고 있을

것이다. 작은 가죽지갑인지, 아니면 큰 통에 담긴 티라미수인지, 아니면 작은 귀걸이 한쌍인지.

우선 처음 원하는 것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나면? 아주 작은 시도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의 내면의 목소리는 생각 외로 신나 하면서 “티라미수 만들어서 먹어보니 역시 맛난데?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 ”나 저 놀이기구 한번 타보고 싶어“ 이런 식의, 어찌 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바람을 스스로 피력할 것이다.


일반적인 만남이나 데이트를 생각해 보자. 같이 다니는 친구나 연인이나 아이가 무슨 바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굳이 타박을 주지 않잖아? 그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보면서 당신도 같이 기쁘다는 감정이 차오르니까. 그리고 당신 또한 마음 놓고 바보 같은 행동을 그들 앞에서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티스트데이트 또한 그렇다.


당신의 마음의 목소리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혹시나 ‘이건 너무 바보 같잖아‘ 내지는 ‘이런 걸 하기에는 시간이 없어’, 혹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저런 사치스러운 시간을 가지란 거지?’ 라는 의심과 불만이 고개를 쳐든다면, 책에 나온 이야기 그대로 써보겠다 : 그것은 저항이다.


당신의 마음의 목소리는 저번시간에도 이야기했듯, 아주 작은 목소리를 가진 움츠러든 어린아이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여러분이 용기를 내어 여러분의 창조성을 발견하고 그 창조성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가고 싶다면, 그 길은 당신의 마음속 어린아이가 인도해 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이 어린아이는 비판과 의심과 불만 섞인 어른의 시선을 아주 무서워한다 (어릴 적 우리 모두가 다 그러했듯). 이 어린아이는 실제로 그 어린아이가 해보고 싶어 했던 것들을 현실에서 보고 싶어 한다. 여러분 만이라도 그 마음속 어린아이의 사랑 넘치는 키다리아저씨가 되어보는 것이다.

소설 속 그 답장 한번 없던 키다리아저씨조차도 주인공의 절망 섞인 편지를 받고서 장미꽃 한 다발을 보내주지 않던가.


물론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데 금전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건 여러분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요점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수 있느냐 의 문제이다.

서점에 가서 읽고 싶었던 그림책을 펴보는데 돈을 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공원에 가서 조용한 가운데 풀냄새를 맡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데에 돈이 필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정리하겠다 :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모닝페이지를 통해 당신의 꿈, 당신의 취향, 당신의 바람 등을 마음속 목소리로부터 수신했다면, 아티스트데이트는 그것을 현실에 구현하고 마음속 목소리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모든 아티스트 데이트가 성공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업무용 미팅을 하는 게 아니니까. 혹시나 기대했었는데 마음에 안 차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면? ‘아, 언제나 모두 훌륭한 경험일 수는 없지‘ 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마음속 목소리가 그 영화가 어땠는지 미리 알면서도 당신에게 보자고 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 두 가지 도구를 통해 여러분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데 익숙해졌다면, 이제 우리는 본격적으로 창조성을 회복하는 12주를 시작하기 위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다.


다음 글은 창조성의 원칙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 모두 모닝페이지 열심히 씁시다.


혹시나 질문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물고기씨에게 물어보세요. 물고기는 같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아주 좋아합니다.


세 살배기 아이만큼이나 고집 센 어린 자아는 말로는 감명받지 않는다. 자아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아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예쁜 그림이나 멋진 식사, 댄스파티와 같은 즐거운 일들로 유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면 깊숙한 곳의 자아와 만날 수 있다.
-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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