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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Nov 27. 2023

그렇게 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다

남미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나다

 부모님의 싸움이 부쩍 늘어났다. 학교와 미대를 가려고 화실만 다니던 16살 어린 나이라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아버지 사업 악화로 인한 돈 문제였음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 이사가 잦아졌고 집은 계속 작아지고 집이 땅 밑으로도 내려갔고 급기야 집 여기저기에는 빨간딱지가 붙었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도망치듯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삼촌이 살고 있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남미의 파라과이로 떠났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는 군대 갈 나이가 된 남자들의 해외출국이 금지되어 있던 시절이라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떠나지 못하고 홀로 남겨졌다.

 아버지가 파라과이 도착하면 바로 영주권을 취득한 후 초청장을 보내면 나도 세 달 안에 이민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조금만 버티라고는 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로 찾아오는 빚쟁이들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도 자퇴를 했다.


부모님 어디에 있냐며 나를 잡고 소리치던 빚쟁이들이 너무나 창피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파라과이에서 이민 중개인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약속했던 세 달은 훌쩍 지나고 나는 친적집들을 오가며 생활을 해야 했다.

 기약 없는 초청장을 기다리면서 나는 남미에 살려면 의류 쪽 일은 필수라고 해서 신설동에 있는 '라사라 복장학원'에서 양복 패턴을 배웠고 요즘은 스페인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서반아어라 하던 스페인어 학원도 다니면서 'Hola Amigo'도 배웠다.


Hola Amigo는(올라 아미고) '안녕 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부모님이 드디어 영주권을 취득했고 초청장을 보낸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여권을 만들 준비를 했다. 요즘은 여권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반공 교육을 받아야만 여권을 받아야만 했다.


 요즘은 거의 볼 수가 없는 이민 가방 두 개에 내 짐들과 16년의 한국 추억을 담고 'Hola'과 'Gracias' 단 두 마디 스페인어만 알고 김포공항에서 일본, 미국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거쳐 남미의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났다.


Hola (올라) 안녕 / Gracias (그라시아스) 감사합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상상하며 나도 남미를 개척하겠다 결심을 하며 30시간이 넘게 타는 비행기 안에서 서반아어 회화책을 읽으며 '올라 아미고'를 중얼거렸다.

 파라과이까지 직행이 없던 시절이라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작은 비행기로 갈아타고 마침내 파라과이 공항에 도착을 했다.

 온통 외국인들만 있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낯설었지만 나는 능숙하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 대기실로 나갔다.

파라과이 나의 이민생활의 첫 집
파라과이 이민 첫해에 맞던 아버지 생신

 여기가 국제공항이 맞나? 한국 버스터미널보다 더 작은데? 파라과이 국제공항을 처음 본 느낌이었다.

 출국장에는 거의 1년 만에 보는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동생과 낯선 한국 아저씨가 나와 있었고 나는 아버지 차로 이동하고 공항을 떠났다

 날씨는 덥다 못해 너무 뜨거웠고 한참을 달려도 허허벌판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달려서 드디어 나는 제2의 고향이 될 나의 집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나의 이민생활은 시작되었다.


-LIFE IN PARAGUAY-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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