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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Nov 29. 2023

나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남미 한인 청년들이 마약을 하는 이유

 이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애들끼리 모였다.

 말도 통하지 않고 학교에 가도 왕따였고 애들은 눈을 옆으로 찢으면서 놀려대고 '왕창깽'이라며 한국말을 따라 하면서 놀려댔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 애들의 놀림감이었고 복수심에 파라과이 애들과 싸우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나 같은 한국애들 몇 명이서 늘 어울려 다녔다. 그중에는 목사 아들도 있었고 장로 아들도 있었다.


사춘기에 이민을 간 아이들은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 더 힘들다


 그렇게 어울려 다니면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는 파라과이 애들을 패주었고 친구들과 모여서 술과 담배를 하면서 10대 후반을 아무 의미 없게 지내던 어느 날, 한놈이 좋은 걸 구했다며 성냥갑에서 마리구아나(대마초)를 꺼냈다.

 애들은 호기심으로 대마초를 피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해봤지만 쓰기만 하고 별 느낌도 없어서 나는 안 피고 애들이 피는 것만 구경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대마초를 벌써 몇 달째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펴댔다. 그러다 한놈이 이번에는 코카인을 구해왔다. 이미 대마초에 중독돼 있던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하얀 가루를 지폐를 돌돌 말아 코로 빨아 댔다.

 별 관심 없던 나에게도 한 번만 해보라 해서 나도 그 하얀 가루를 코로 빨았지만 재채기가 계속 나오는 바람에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몇 번 다시 시도를 했지만 재채기는 가시질 않았다. 결국 나는 코카인은 포기했고 애들은 코카인에 또 중독되었다.

 눈에 초점도 없는 애들은 점점 이상해 가는 거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흐른 후 이번에는 한놈이 주사기를 가져왔다. 애들은 이번에는 좀 머뭇거리면서 자기 팔뚝에 주사를 꽂았다. 나는 엉덩이 주사도 못 맞는 쫄보라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애들은 이미 주사를 꽂고 그렇게 미쳐들 갔다.

 마약치료소로 간 애들도 있었고 부모님이 강제로 미국과 한국에 보낸 애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그들과 멀어져 갔다. 


마약, 딱 한 번은 없는 것 같다


 남미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마약을 구할 수가 있고 또 많은 아이들이 대마초부터 마약을 하기 시작한다. 대마초는 마약이라고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언어 소통이 안되고 크고 작은 문화 차이와 인종차별 등으로 이민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는 사춘기 한국 아이들은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다행인지 필자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지만 마약쟁이로 죽음을 맞이한 친구부터 폐인이 된 친구도 보았다.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던 그 시절

 사춘기 자녀가 있는 분들이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분들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살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나라가 최고다


-LIFE IN PARAGU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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