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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Dec 12. 2023

소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

브라질 음주 문화

 한국인 친구와 한잔 하러 근처 Bar를 갔다. 그날따라 술이 많이 땡겨서 Tequila(떼낄라)와 맥주를 시켰다.

 우리는 맥주잔에 떼낄라를 섞고는 원샷하면서 그렇게 몇 잔을 내리 마셨다.

 멕시코 서부에 위치한 할리스코(Jalisco) 주의 도시 테킬라의 이름을 딴 증류주.
테킬라는 푸른 용설란 수액을 채취해 발효시킨 후 이것을 증류해 만든 멕시코의 술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브라질 사람이 우리에게 오더니 물어본다


"그 술은 머니? 왜 떼낄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거니?


"음... 이건 한국에서 폭탄주라고 불리고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두 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한다"


"왜 그렇게 마시니? 그렇게 마시면 더 맛있어?"


"이렇게 마시면 빨리 취해 그래서 이렇게 마시는 거야"


"왜 빨리 취하려는 건데? 빨리 취하면 머가 좋아? 즐기려고 술 마시는 거 아니야?"


"음....."


나는 신나게 폭탄주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마지막 물음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빨리 취하면 머가 좋은지 왜 빨리 취하려 하는지 나 조차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자주 가던 브라질 술집들

소맥을 왜 마시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여러 대답들이 나왔다.

소주가 쓰기 때문에, 두 가지 맛을 느끼려고, 맥주만 마시면 화장실 자주 가야 해서 등등 하지만 가장 많은 대답은 역시나 빨리 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소맥으로 풀고 빨리 취하고 집에 가서 얼른 자야 내일 또 출근을 할 수 있기에 우리 직장인들은 소맥을 마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미 사람들은 술을 천천히 마신다. 심지어는 맥주 한잔을 여러 명이서 돌려 마시기도 한다. 특별한 안주도 없이 그냥 마신다. 그들이 술을 마실 때는 바쁘다.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술 마실 틈이 없고 또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실 시간이 나질 않는다.

 무대가 있어야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자리에 앉은 채로 아니면 자리에 서서 그냥 흔든다.

 떼낄라 같이 독한 술도 가끔 마시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까지 마시는 사람은 거의 보지를 못했고 원샷! 그런 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마냥 즐겁다.

브라질 맥주

 하지만 우리는 즐거워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화가 나서 혹은 열받아서 마시는 경우가 더 많지 는 않을까? 그렇기에 폭주를 하고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가끔은 기분 좋은 노래를 틀어 놓고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시원한 맥주 정도만 마셔보자. 아마 지친 회사 업무도 힘든 인과관계도 학업도 기분 좋게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믿어 본다.


-LIFE IN BRA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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