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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Dec 15. 2023

한 여자를 룸가라오케 도우미로 만들다

파라과이 한인 룸 가라오케에서

 서른 즈음 한국인 친구들은 룸가라오케에 빠져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일을 마치고 나면 바로 가라오케로 직행을 했다.

 한인타운에 있던 룸가라오케는 사장은 한국인이었고 파라과이 여자들이 도우미로 손님들을 접대 했다.
 손님들이 룸에 들어가면 파라과이 여자들 십여 명이 룸에 들어와 손님들의 선택을 받으면 옆에 앉는 한국과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친구들은 금발 여자나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을 선택했지만 나는 혼자 술 마시고 싶다면서 늘 여자들을 거절을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도 여자를 선택해서 같이 놀기를 강요했고 계속 거절을 할 수가 없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가라오케 주방을 보았고 그 안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자그마한 여자를 보았다.

 나는 사장에게 그 여자를 내 파트너로 해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그 여자는 접대 경험도 없고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고 나이도 있다고 다른 예쁜 여자를 찾아봐줄 테니 안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우겨서 그 여자를 룸에 들어오게 했다.
 
 친구들은 나보고 미쳤다면서 비싼 돈 주고 파트너로 앉히는 건데 주방 여자가 말이 되냐고들 하였고 룸에 있던 여자들도 수군수군 했다.
 
어색한지 쭈뼛쭈뼛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던 그녀에게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편하게 있다가 가면 되다고 술도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된다고 했다.
 
 그 여자는 자기 이름은 Dora(도라)며 28살이고 어린 딸하나 키우고 있다면서 여기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 많은데 왜 하필 자기를 골랐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은 파트너를 데리고 나갔고 그녀는 자기는 절대 2차는 안 나간다는 말을 했고 나는 걱정 말라고 나도 2차 안 간다고 웃으면서 말을 하고 집으로 왔다.

 며칠 후 나는 친구들과 또 그 가라오케를 갔다. 사장이 먼저 그 여자를 룸으로 보낼까 물어본다.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고 본인이 오겠다 하면 들여보내라고 했고 얼마 후 그녀는 옷도 갈아입고 화장까지 하고 왔고 그날은 술도 조금 마셨다.
 몇 시간 지나 여전히 친구들은 여자들을 데리고 나갔고 나는 늘 그렇듯이 집에 왔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가라오케를 갔고 이제는 당연한 듯 내가 가면 그녀는 주방에서 나와 치장을 하고는 룸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갔을 때 난 마찬가지로 혼자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녀가 오더니 나랑은 2차 가도 된다고 했지만 난 웃으면서 그냥 혼자 집에 왔다.

 나는 가라오케에서 노는 것도 재미가 없고 피곤하기도 해서 더 이상 친구들과 어울려 가라오케를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고 여전히 가라오케를 다니던 친구 한 명이 그녀의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그 후로 계속 친구들에게 나를 물어봤고 지금은 주방 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도우미로 일하는데 잘 나간다고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그녀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한 번씩 그녀가 생각나기는 한다. 그때 나를 안 만났다면 그녀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아니면 나를 만난 덕에 돈도 잘 벌고 새로운 인생을 찾았을지 궁금하다.


-LIFE IN PARAGU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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