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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Jan 22. 2024

갈비 한 짝과 바나나 한 상자

파라과이 재래시장에서 생긴 일

 사람들 생긴 것부터 언어, 거리, 음식 모든 게 다 낯선 파라과이 이민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나보다 미리 이민을 와서 햄버거 가게를 하고 계시던 아버지를 따라 파라과이의 수도인 이순시온에 있는 Mercado4 (한인들은 사시장이라고 불렀다)를 따라갔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시장이 아니고 완전 시골 재래시장이었다. 각종 야채들과 수많은 과일들을 상인들이 팔고 있었다.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에 위치한 시장인 메르까도4

 아버지가 볼일을 보러 간 사이 나는 시장을 혼자 구경하다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나나지만 그 당시엔 고급 과일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선 거의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노랗게 잘 익은 큼지막한 바나나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주머니를 뒤졌더니 아버지가 비상용으로 쓰라고 주신 파라과이 돈이 있었고 나름 한국 돈과 비교를 해보니 이 정도면 바나나 몇 개는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바나나를 팔고 있던 현지인에게 "바나나 바나나"를 말했고 그 상인은 내게 머라 머라 하는데 도저히 그 말을 못 알아 들었다. 나는 돈을 내밀면서 다시 "바나나 바나나" 했더니 그 상인은 돈을 받더니 바나나 한 상자를 넘겨주었다. 나는 상자 말고 바나나 몇 개만 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스페인어를 전혀 할 줄 몰라하는 수 없이 바나나 상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파라과이 시장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말했지만 아버지 역시 스페인어가 자신이 없으신 듯 그냥 가지고 가자고 하셨다.
 나는 바나나 한 상자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그냥도 먹고 주스도 해 먹고 튀겨도 먹고 잼도 담그고 그렇게 며칠 동안 바나나만 죽자고 먹었고 덕분에 나는 변비에 시달려야 했다.

 바나나 사건이 있고 얼마 후 아버지께서는 갈비 한 짝을 사가지고 오셨고 엄마는 웬 갈비를 짝으로 사 왔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돈 주고 '갈비 갈비' 그랬더니 저만큼 줬다고 하셨고 덕분에 우리 네 식구는 며칠 동안 갈비찜부터 갈비탕까지 갈비 파티를 했다.

파라과이 정육점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엄마가 도가니와 소꼬리를 한 보따리 들고 오시는 게 아닌가. 나는 엄마에게 엄마도 돈 주면서 꼬리 꼬리 그랬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의외의 대답을 하셨다.


지금은 파라과이 정육점이 소꼬리와 도가니를 버리지 않고 판매를 한다


 꼬리 달라고 안 하셨고 정육점 문 닫을 때쯤 정육점을 가셨는데 직원들이 소꼬리와 도가니를 그냥 버리길래 들고 오셨다며 우리는 한국에선 비싸서 잘 못 먹던 소꼬리찜과 도가니탕을 맘껏 먹었다. 그 후로도 엄마는 한 번씩 정육점 문 닫을 때 가셔서 소꼬리와 도가니를 한 보따리 가져오시곤 했다.
 
-LIFE IN PARAGU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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