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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구나무 Jan 02. 2024

피말리던 그의 질문 하나

브라질 의류부자재 회사 사장과의 면담

  한국에서 디지털 프린터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의 총책임자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우리 기계가 필요할 만한 업체를 찾아 영업 사원들을 직접 보내 기계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판매를 하는 방법도 하면서 영업을 했다. 

  나는 상파울루에 위치한 각종 의류부자재를 생산하는 피터팬이라는 회사를 찾았고 그곳에 영업 사원을 보냈다.

 의류부자재 생산하는 회사지만 직접 사출도 하고 생산 수량도 많아 판매 타깃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영업하러 간 세일즈맨들은 구매 담당자를 만나서 기계에 대한 브리핑도 못하고 문전박대만 당하고 왔다.  

한국에서 수입, 판매하던 디지털프린터

  나는 비서에게 그 회사 대표와 미팅을 잡으라고 지시를 했고 어렵게 회사 대표와의 미팅 일정을 잡았다. 

  드디어 미팅 날이 되었고 나는 사장실로 면담을 하러 들어갔다. 사장실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었고 그는 나를 소파가 아닌 자기 책상 앞으로 와서 앉으라고 했다. 

 사장 앞에 앉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있었고 그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동안의 침묵이 흘렀을까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고 그의 첫마디는 본인이 언제 회사를 설립했고 본인 부모님들은 언제 브라질로 이민을 왔다는 말이었다. 

피터팬 회사의 창업자들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부모님은 그리스에서 이민을 왔고 그의 형제들과 회사를 설립을 했다는 본인 사업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 줄곳 늘어놨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했다.  

 기계에 대해 질문을 해줘야 나도 브리핑을 할 수가 있는데 그는 기계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본인 이야기만 거의 한 시간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자기 쪽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자기 눈을 보라고 하면서 내게

"이 기계 한국에서 얼마에 사 오냐?"

대뜸 물어본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그 짧디 짧은 시간에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생각을 했다.

'기계 원가는 기밀이라 알려줄 수가 없다'

'나도 원가는 모른다' '기계 원가를 좀 불려서 말을 할까?'

 별별 생각을 하다 나는 그에게

"이 기계는 00달러에 한국에서 사 온다"

라고 짧게 대답을 했고 나는 속으로 '아... 두 배 넘는 마진을 붙여 판 걸 알게 되었으니 기계 팔긴 글렀다' 생각하면서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는 갑자기 내게 일어나라고 했고 나는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일어나더니 내게 따라오라며 문을 나갔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갔고 그는 나에게 본인의 회사 곳곳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피터팬 의류부자재 회사

 "여기는 우리 회사의 핵심 장소인 디자인실이다. 여기 들어온 외부인은 네가 처음이다"라고 하면서 디자인들이 일하고 있는 디자인실부터 공장까지 다 보여주었다. 

 나는 어차피 기계 사지도 않을 거면서 빨리 보내주기나 하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회사의 여기저기를 나에게 보여주다가 갑자기 "이번주까지 우선 기계 두대만 보내줘봐. 대신 하나만 약속해. 기계 고장 나면 바로 와서 고쳐줘야 해"

 그렇게 말하더니 구매 담당자에 내가 필요한 것들 다 주라고 하고는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

 구매담당자는 나에게 회장님이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회장님이 직접 세일즈맨을 만난 건 네가 처음이고 회사를 보여준 것도 네가 처음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그 회사에 기계를 팔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궁금증이 남는다. 만약 그 순간에 내가 원가를 말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했다면 과연 기계를 팔 수가 있었을까 하고.

피터팬 회사의 쇼핑몰 사이트
 브라질로 사업을 하러 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브라질인과 거래를 하려고 한다면 잔머리 굴리는 것보다는 조금 미련하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추천드린다. 


-LIFE IN BRA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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