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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28. 2020

가이드북에선 찾기 힘든 오키나와 운전팁

오키나와에서 운전을 하면 보이는 것들

일본에서 운전을 하면 운전 방향뿐 아니라 도로 규칙, 표지판도 낯선 것들이 많다.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여행 가이드북에서 알려주는 일본 도로 규칙들을 꼭 보고 가길 바란다. 우리도 오키나와에 처음 와서 한국 교통 규칙과 달라서 당황했던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우회전 신호 [1]와 유턴 신호[2]가 안 보여서 헤매기도 했고, 무조건 파란불 [3]에만 움직이는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을 할 뻔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의 교통 규칙들은 잘 정리된 오키나와 가이드북에게 남겨두고, 여기서는 가이드북에서는 잘 말해주지 않는 오키나와 운전의 뒷(?) 이야기들 몇 개를 소개한다.


[1] 많은 교차로에서 우회전은 비보호이다.

[2] 대부분 교차로에서 유턴이 가능하다. 유턴이 금지된 교차로에는 유턴 금지 표시가 있다.

[3] Fun Fact. 한국어처럼 일본어에서도 신호등은 초록(緑) 불이 아니라 파란(青) 불이다.






번쩍번쩍 하이빔. 오키나와에선 중앙선을 가로질러 다닐 일이 많다. 간혹 교차로에서 신호를 넣고 우회전을 기다리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하이빔을 번쩍거릴 때가 있다. 놀라지 말자. 오키나와에서는 하이빔을 번쩍거리는 것이 양보해준다는 신호다. 상대방이 번쩍거리면, "너 내가 지나갈 때까지 건너지 말고 꼼짝 말고 있어"라는 뜻이 아니라, 사실은 "너 빨리 지나가. 내가 기다릴게"라는 전혀 다른 뜻이다.


와 (わ) 번호판을 단 렌트카 차량. 홍콩과 영국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과 UAE에서 공부하는 인도인이 타고있다.


조심해야 할 번호판들. 조심해야 할 두 종류의 번호판이 있다. 하나는 일본어로 레 (れ) 혹은 와(わ)라고 적힌 번호판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로 Y라고 적힌 번호판이다. 레, 와(れ, わ)는 렌터카들이 다는 번호판이다. 그러니까 이 차에는 오키나와에서 운전이 낯선 여행객들, 쉽게 말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타고 있을 확률이 높다. Y 번호판은 미군들이 타고 다니는 차 [4]인데, 미군과 교통사고가 나면 꽤나 골치 아프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대리운전 (다이코 代行). 대리운전을 부르면 두 명이서 차 하나를 타고 온다. 이제 대리 운전자가 내 차를 몰고, 대리운전 차는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올 것이다. 가격은 택시 부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택시도 워낙 비싸니까). 하지만 아무리 비싸더라도 술을 마셨으면 대리운전을 부르자. 일본은 음주운전에 특히 더 엄격하다. 대리운전은 음식점 카운터에 부탁하면 된다.


느리다. 고속도로 최고속도도 80km이고, 도로에서도 느긋하게 운전한다 [5].  조금 답답하겠지만, 오키나와의 시간에 맞춰 느긋하게 운전을 하며 풍경을 즐겨보길 바란다.


[4] Y 번호판의 Y는 Yankee에서 따온 것이라는 썰도 있다. 요코하마 (Yokohama)에서 시작되어서 Y라는 것이 정설이다.

[5] 그런데 이것도 우리 한국인의 기준에선가 보다. 일본 본토 출신 친구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일본 본토보다 더 급하게 운전한다고 했다.



오키나와 동부 해중 도로



경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빵빵거리는 경적소리는 정말 듣기 어려웠다. 심지어 편도 1차선에서 중앙선을 넘어 우회전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차 뒤에서도 빵빵 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기다려준다. 경적 소리는 정말 몇 달에 한 번 정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키나와에서 운전하다가 경적소리를 들으면 저건 분명 관광객일 거라고 우리끼리 이야길 하곤 했다.


오키나와 위아래를 이어주는 58번 국도.

58번 국도. 오키나와의 위아래로 길게 쳐진 58번 국도는 단연코 오키나와 최고의 도로이다. 58번 국도를 따라가 보면 나하 시내 번화가부터 오키나와의 바다와 산까지, 그 모든 걸 만날 수 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오키나와에 왔다고? 58번 도로에게 여행 일정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더. 굉음을 내며 오키나와의 밤거리를 달리는 라이더 (혹은 폭주족?)들이 있다. 본토 일본인들도 종종 오키나와로 라이딩을 온다고 한다. 58번 국도 근처와 같이 큰 길가라면 숙소의 위치 따라 다르겠지만 자는 동안 제법 시끄러울 수도 있다.

 

주차 걱정이 없다. 주차장이 정말 많다 (호텔에서도 주차요금을 따로 내는 경우가 있는 나하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중부나 북부들 다니다 보면, 주차장이 정말 많다. 웬만한 편의점조차 주차공간이 다 있다. 주차문제로 걱정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가끔 멋진 장소를 다니다 보면, ‘자동차 세우고 사진 하나 찍고 싶다’ 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꼭 자동차 한 두 대를 세울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아마 도로 공사하셨던 분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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